디지털 트윈은 그동안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려는 제조 기업에서 주목받아왔다. 생산 과정 전체를 컴퓨터에서 구현해 또 하나의 생산 과정을 만드는 방식이다. 제품의 모의 사용 실험도 디지털 트윈에서 이뤄진다. 생산 장비와 기기에서 쏟아지는 데이터가 센서를 통해 쌍둥이 기기에 입력되면 디지털 트윈에선 이 데이터로 기기의 성능과 현재 상태를 분석해 각종 문제를 해결한다. 사용하는 데이터는 자동차 모의실험의 경우 엔진음과 바람을 가르는 소리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미국 GE와 독일 지멘스는 이 같은 기법을 제조 효율화와 고장 예측 및 수리에 활용했다. 에어버스는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부품검사 기간을 3주에서 3일로 단축했다.
디지털 트윈은 스마트 도시 구상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 전체를 3차원 모델로 구현해 도시 계획을 짜는 ‘트윈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구 이동이나 전기 사용량, 교통, 공기의 흐름 등 모든 데이터 정보가 실시간으로 디지털 트윈 모델에 들어간다. 정책 운용을 위해 가상으로 실험하는 게 목적이다. 핀란드 또한 수도 헬싱키를 기반으로 ‘트윈 헬싱키’를 만들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접목해 개인의 분신으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일본종합연구소가 KDDI NEC 등과 합쳐 2021년 완성하려 하는 이 작업은 주로 고령자에게 초점을 맞춰 보조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인의 판단 능력이 떨어지면 인터넷에 있는 자신의 디지털 트윈이 이용자의 평소 행동과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본인에게 조언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AI가 이용자의 가치관 정보뿐 아니라 내장 카메라와 센서로 표정과 감정, 신체 특성 등 정보 분석을 계속하면서 이용자의 현재 성향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일본에선 고령자 4명 중 1명이 인지증 환자일 만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사용자는 이 트윈과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이 대화에는 행동경제학에서 사용되는 넛지(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기법)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상당히 발전돼 있다.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문제다. 개인의 모든 정보를 보유한 디지털 트윈을 인간이 반길지도 의문이다. AI나 디지털 트윈이나 국가와 문명의 몫으로 환원되고 있다.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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