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조세 총액 올해보다 세 배 수준으로 증가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의뢰로 ‘2020~2050년 재정 추계’를 한 결과, 2050년 조세(국세+지방세) 총액은 1221조1000억원으로, 올해(387조8000억원)의 세 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2050년 2535만 명)로 나눈 1인당 조세 부담은 4817만원으로 추산됐다. 1인당 조세 부담은 내년부터 해마다 평균 5.1% 늘어 2030년 1798만원, 2040년에는 3024만원으로 뛸 것으로 전망됐다. 세 부담이 20년 뒤에 세 배로, 30년 뒤엔 다섯 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2030세대가 지금보다 세 배 이상 커질 ‘세금 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예산정책처는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2.0%를 유지하고, 정부가 재정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올해 38.4%)를 지키는 경우를 가정해 이같이 계산했다. ‘국가채무 비율 40%’를 유지하려면 매년 초과분만큼 세금을 거둬들여 빚을 갚아야 한다.
‘재정 확대’의 딜레마
조세부담률(국세·지방세를 GDP로 나눈 값)을 현행(올해 20.7%)대로 유지할 경우 1인당 조세 부담은 2030년 1512만원, 2040년 2080만원, 2050년에는 2691만원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다. 대신 2050년 국가채무 비율이 85.6%로 두 배로 치솟으면서 재정 파탄 위기를 맞을 우려가 있다. 한 재정 전문가는 “30년 뒤 ‘재정 파탄’을 맞을지, ‘세금 폭탄’을 떠안을지 선택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복지 지출의 가파른 증가다. 기존 복지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도 출산율 저하와 평균수명 증가로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늘게 돼 재정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데,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복지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서 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지난 2년 동안에는 반도체 경기 등이 좋아 세금이 많이 걷혔다. 하지만 내년에는 불경기로 전체 세수가 10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은 감세로 경기 살리기 나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잇단 감세로 경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26일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방안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세계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는 가계와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102억유로(약 13조원) 삭감하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도 지난달 중소기업을 겨냥한 법인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실효세율이 현재 30~33%인 법인세를 25%로 인하한다는 것이 골자다. 인도 정부도 지난달 20일 현재 30%인 법인세율을 22%로 대폭 낮추는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있는 영국도 대규모 ‘감세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은 법인세율을 28%에서 19%로 낮췄지만 이를 내년에 17%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업인들에게 레드 카펫을 깔아주겠다”며 “브렉시트 이후 서반구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만들 것이며 영국은 경제에 기어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감세를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파격 인하한 뒤 성장과 고용에서 활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IE 포인트
복지를 확대하면 미래세대에게 어떤 부담이 생길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미래세대의 세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 복지제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토론해보자. 법인세 등 세금을 내리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해보자.
하헌형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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