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일방적인 대한(對韓)수출규제 강화 이후 거세게 일어난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유니클로의 한국 사업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유니클로의 실적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판매가 크게 늘면서 해외매출과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견상 한국에서 발생한 불매운동의 충격을 중화권 매출증대로 상쇄하고 남은 모습입니다.
지난 10일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 발표한 2019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9월)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대비 7.5%증가한 2조2905억엔(약 25조2555억원), 영업이익은 9.1%증가한 2576억엔(약 2조840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순이익은 5.0%늘어난 1625억엔(약 1조7917억원)이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특히 해외 영업이익이 국내 부분을 넘어선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체 영업이익은 9.1%늘었지만 해외 영업이익은 16.8%나 뛰면서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해외 이익규모가 국내 이익 수준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도 “(유니클로의 노력이)세계에서 받아들여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해외사업을 견인한 것은 중화권 사업 호조였습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과 대만, 홍콩 등에서 두 자릿수 이익증가율을 기록한 것입니다. 패스트리테일리은 현재 전 세계에서 219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 2월말 현재 중화권 점포는 768개인데 2021년까지 점포수를 10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중화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중화권 시장의 성공에 고무된 패스트리테일링은 다른 아시아 지역 진출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달에 인도에 1호점을 출점한데 이어 베트남 시장에도 12월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실적호조를 바탕으로 도쿄증시에서 패스트리테일링 주가는 올 들어 9%가량 올랐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패스트리테일리의 중화권 시장 급성장이 한국 불매운동의 영향을 상쇄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2018년 9월∼2019년 2월에는 한국에서 수익이 늘었지만 올 3월 이후에는 봄 의류 판매 부진과 7∼8월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의 점포수도 188개로 전년 대비 2개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10곳이 새로 문을 열고 8곳이 폐점했는데, 8곳의 폐점은 불매운동의 영향에 따른 갑작스런 폐점으로 알려졌습니다. 야나이 회장은 “(한·일 관계 악화가)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변경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유니클로 매장을 보유한 한국 시장의 동향에 패스트리테일링 측도 큰 눈치를 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이 회사의 전체적인 실적에 한국 시장이 미치는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해 보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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