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ㅣ"배달대행 직원, 알고보니 성범죄자…항의했더니 고소한대요"

입력 2019-10-12 08:38  



성범죄자가 집에 배달을 오는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워킹맘'의 이야기가 이목을 끌고 있다.

A 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배달 대행을 이용해 음식을 종종 시켜먹었던 A 씨는 최근 '성범죄자 알림e' 우편물로 확인한 성범죄자가 자신이 애용하던 배달대행 로고가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확인했다.

"무섭기도 하고 찜찜하다"는 A 씨는 평소 활동하던 온라인 육아커뮤니티에 고민 글을 올리고 조언을 구했다.

배달업체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보라는 의견대로 A 씨는 전화를 걸어 업체 사장과 통화를 했다. 하지만 A 씨가 업체 대표에게 받은 대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영업방해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또 그 분(성범죄자)를 안쓰실 생각은 없으시다 하네요. 처음부터 알고 쓰셨다고요. 그래서 저도 글을 내릴 생각이 없습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이 오면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

성범죄자 이력을 알면서도 배달원으로 고용한 업체에 결국 A 씨는 반발했다. 아이들만 있거나 여자들만 있는 집이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성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56조 1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나 성인 대상 성범죄에 관계 없이 성범죄 전력이 있는 자는 일정 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업종에 종사할 수 없다.

이는 화물자동차 운수 사업에도 적용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9조의 2에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는 최대 20년의 범위에서 해당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정작 성 범죄자가 아동·청소년 혹은 여성 혼자 사는 집에 주소·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갖고 방문할 수 있는 배달 업종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A 씨는 국토교통부 이륜차 업무 담당자에게 민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국회에 연락해 해당 법안을 준비 중인 국회의원 비서관과도 통화를 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A 씨는 "지금 국정감사 기간인데, 이런 허술한 부분을 고치는 기간 아니냐"며 "아주 딱 맞게 법이 고쳐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혹여 제가 안좋은 일을 당했을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괜찮다"며 "고소를 당하고 벌금을 낼지언정 내가 생각할 때 옳다고 여겨지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여자라고 우습게 보고 고소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던 사장님, 그 성범죄자와 같은 자리에서 저와 통화를 하시고 저보고 인정하라고 하셨죠? 고소하겠다고 한 그 말투와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고용 취소 후 글을 지워달라 하셨으면 지웠을 텐데, 사장님 업체에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는 글도 올렸을 텐데, 이런 부분을 이미 문자로도 전달드렸는데 사장님은 법무팀과 얘기만 하겠다 하셨죠. 법대로 해봐요. 대법원까지 4년 걸린다고 하는데, 그때엔 배달대행업에는 성범죄자를 고용할 수 없다는 법이 생긴 후일 겁니다."

이와 함께 A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게재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A 씨가 지난 8일 올린 '배달업체에서 성범죄자가 일을 못하도록 해주세요' 글은 11일 오후 2만여 명 가까이 참여했다.

네티즌들은 "보통의 한 여성이 얼마나 두렵고 떨렸겠냐. 용기를 내 준 것이 감사하다", "이게 진정한 강인함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얼굴을 모르는데, 가해자는 피해자를 안다. 이런 부조리를 해결해야 한다" 등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같이 여성의 자택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주거침입 성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국서 발생한 '주거침입 성폭력'은 총 305건으로, 개중 34%에 달하는 105건이 주거침입 강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범죄자도) 어느 정도 살 구멍은 만들어줘야 재범을 자제한다", "출소하고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 "법으로 직업 선택을 제한받는데, 법에도 없는 사항을 전과자라고 제한하면 악영향만 줄 것", "이해는 되는데 유죄추정은 무리수"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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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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