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 방침에도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가 후분양 계획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분양하면 일반분양가를 선분양 때보다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분양가는 토지비에 건축비와 일정 이윤을 더해 산정한다”며 “공시지가 상향 조정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후분양의 일반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HUG 관리’보다 상한제가 유리?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동 신반포15차가 후분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달께 착공과 동시에 일반분양에 나설 수 있지만 분양 시점을 3년여 뒤로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으로 못 박은 내년 4월을 훌쩍 넘긴 시점이다. 조합 관계자는 “후분양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상한제 6개월 유예 발표와는 관련이 없다”며 “향후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된다면 감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일찌감치 이주와 철거를 마친 상태다. 당장 일반분양에 나설 수 있지만 후분양 방침을 세운 지 오래됐다.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때부터 분양 방식을 후분양으로 결정하고 총회 의결까지 마쳤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하기 위해서다. 선분양할 경우 인근 반포우성이 최근 분양보증을 받은 3.3㎡당 평균 4800만원대 안팎에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바로 앞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 소형 면적대가 3.3㎡당 1억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다.
신천동 미성·크로바아파트 역시 같은 이유로 후분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상한제 유예 기간이 빠듯한 데다 그 안에 철거를 마치더라도 HUG 기준대로 분양하면 조합원 손실이 크다”며 “공시지가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라리 상한제를 적용받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적정 이윤 등을 토대로 분양가를 따진다. 여기서 택지비 비중이 가장 높다. 조합들이 선분양과 후분양의 유불리를 따져본 핵심도 택지비다. 후분양을 선택한다면 상한제를 피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분양 시점인 2~3년 뒤까지의 공시지가 상승분은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택지비를 따질 때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의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각각 14.28%와 9.73%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택지비를 따질 때 구체화되지 않은 개발이익은 배제하도록 했지만 공시지가 자체가 매년 오르고 있다”며 “조합들이 어차피 깎일 분양가라면 HUG 기준보다는 상한제가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임대 후 분양’엔 제동
최근엔 임대 후 분양 방식도 정비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일반분양분을 일단 임대로 돌렸다가 4~8년 뒤 분양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분양가와 공급 대상을 사업 주체 임의대로 정할 수 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 가운데 처음으로 임대 후 분양을 추진하던 신반포3차·경남(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조합은 기업형 임대사업자 입찰이 유찰되자 재입찰 공고를 냈다. 잠실 진주아파트도 공고를 내고 통매각 대열에 합류했다.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에서 책정한 3.3㎡당 평균 분양가보다 높게 입찰하는 경우 즉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관련 법규를 검토한 서울시는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정비계획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어야 하는데 사전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정법은 조합원 분양 이후 남은 물량에 대해 보류지로 분류하거나 분양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택일 조항으로 보고 다른 방식의 사업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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