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빠진 한전 "전기요금 올려야"

입력 2019-10-11 17:13   수정 2019-10-12 02:20

11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탈(脫)원전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여당은 “한전 적자는 탈원전이 아니라 국제 유가 상승 등 외부 변수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을 적극 옹호한 반면 야당은 “적자 누적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질타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을 지금 내가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적극 추진할 방침을 내비쳤다.

전기요금 인상 시동 거나

김 사장은 “사용자 부담 원칙에 맞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다음달까지 개편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내부적으로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필수사용량보장공제 폐지,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 등 세 가지 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이 개편안을 마련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심의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전이 검토 중인 세 가지 방안이 모두 전기요금 인상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필수사용량보장공제는 전력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000원씩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이 제도 폐지는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안이다.

원전 이용률 하락 등으로 한전이 ‘적자 늪’에 빠지자 정부와 한전이 내년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탈원전 선언 후 원전 이용률이 떨어진 게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며 “상장회사인 한전이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반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현존 원전을 감축한다기보다 60년에 걸쳐 원전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라며 “한전 적자와 탈원전 정책이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한전 적자의 결정적 원인이 유가 상승이란 걸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 수 주는데…” 한전공대도 논란

한전이 나주에 설립할 예정인 한전공대도 ‘뜨거운 감자’였다. 2022년 3월 개교 목표인 한전공대는 정원 1000명 규모의 에너지공학 특화 대학이다. 설립 비용만 6000억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윤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에 진학할 학생이 적은데도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이 국민 돈(전력산업기반기금)까지 털어 공대를 짓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강조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 사용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전기요금 중 3.7%를 떼 적립하는 돈이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바꿔 한전공대 운영에 전력기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한전공대 설립에 훼방을 놓는 것은 내년 총선을 노린 지역주의 망령”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의원 질의가 쏟아지자 “한전 사장으로서도 (재무 상황이) 어려운데 한전공대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길게 보면 이 학교는 에너지산업 연구개발(R&D) 등에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주=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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