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의 '서비스 초격차'…1분 영상통화로 계좌 개설

입력 2019-10-11 17:18   수정 2019-10-12 02:04


카카오뱅크는 올 들어서만 크고 작은 개편 작업을 다섯 차례 했다. 앱(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절차를 줄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더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모바일 앱을 개편하는 시중은행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직장인 김정연 씨(28)는 “카카오뱅크는 이미 시중은행 모바일 앱에 비해 훨씬 편리한데도 매번 고친다”며 “편의성 측면에서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생애 첫 계좌도 카뱅으로

카카오뱅크는 지난 8일 ‘또 한번’ 색다른 서비스를 내놨다. 영상통화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휴대폰 본인인증을 하고 신분증 사진을 등록한 뒤 영상통화를 하는 세 단계만 거치면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다. 영상통화에선 신분증 사진과 실제 모습을 카카오뱅크 직원이 대조한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서비스다. 계좌를 만드는 데 채 2분이 걸리지 않는다.

이 서비스는 다른 은행 계좌가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을 겨냥했다. 모바일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가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카카오뱅크는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뱅크에서 계좌를 개설하려면 반드시 다른 은행의 계좌를 인증해야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제는 생애 첫 계좌를 카카오뱅크에서 바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객 아이디어 발빠르게 반영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새로운 스마트폰이나 운영체제(OS), 기술 등이 나올 때마다 즉시 개편방안을 연구한다.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이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카카오뱅크의 개편이 유독 많은 이유다.

지난 8월에는 애플 아이폰의 음성 명령어 서비스인 ‘시리 단축어’ 기능을 도입했다. 아이폰에 대고 ‘카뱅 이용실적’ ‘교통비 내역’ 등을 말하면 메뉴를 일일이 누르지 않고도 관련 화면을 실행할 수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 시리 단축어 기능을 도입한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김기성 카카오뱅크 채널파트기획 매니저는 “다른 은행에 비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 모바일 앱 중 유일하게 안드로이드폰 보안 앱인 ‘V3’를 실행하지 않아도 된다. 안드로이드 폰에 V3 앱을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은행 모바일 앱을 구동하려면 무조건 V3 앱을 내려받아서 실행해야 했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은행 앱은 여전히 V3가 작동해야 실행된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도 다양하다. 이달에는 건강보험납부 내역과 세금납부 내역 등 비금융정보를 한데 모아 신용평가회사에 전달하는 ‘신용점수 올리기’ 기능을 선보였다.

모바일 편의성이 은행 경쟁력 기준

카카오뱅크는 ‘편의 초격차’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확보한 가입자 1000만 명을 ‘충성 고객’으로 굳히려면 더욱 섬세한 기능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판단이다. 이수영 카카오뱅크 전략파트장은 “모바일 편의성이 은행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실시간 모니터링뿐 아니라 앱스토어 이용자 반응 등을 모아 분석하고, 반영 가능한 사항은 빠르게 적용한다.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모임통장’이나 ‘26주 적금’ 등도 이용자 의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서비스다.

카카오뱅크는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는 데 투입하는 정보기술(IT) 인력과 비용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인력 698명(7월 말 기준) 중 40%가량인 265명이 IT 분야 직원이다. 다른 은행에 비해 개발자 등 IT 분야 인력의 비중이 높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초라도 더 빨리 앱을 구동하는 방안을 늘 고민 중”이라며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약점을 보완하려면 확실하게 편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를 벤치마킹하는 은행도 많다. 해외에서도 카카오뱅크의 성장 비결을 궁금해한다. 올 들어서만 중국, 일본 등에서 열 곳의 해외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경기 성남시 판교 본사를 방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규제가 여전하고 업력이 짧은데도 카카오뱅크가 유독 발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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