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금융사들이 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을 계기로 ‘금융 애국주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사들이 국내 제조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정부의 입장에 발 빠르게 보조를 맞춰 금융 애국주의를 상품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농협금융이 출시한 ‘필승코리아 펀드’를 계기로 한국에서 금융 애국주의(financial nationalism)를 활용하려는 금융사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농협금융 계열사인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지난 8월14일 출시된 필승코리아 펀드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 부품·소재·장비 관련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온 첫 ‘애국주의 펀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달 26일 서울 서대문구의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필승코리아 펀드에 5000만원을 맡겼다.
이코노미스트는 농협금융의 발언을 인용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큰 관심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치인들도 문 대통령의 뒤를 이어 가입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농협금융에 이어 국민은행도 비슷한 구조의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상당수 금융사들이 필승코리아 펀드와 비슷한 구조의 상품 출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금융사들이 지난 광복절을 기념해 연 8.15%의 대출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신협은 지난 8월 광복절을 맞아 한시적으로 ‘신협 815 해방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815 해방 대출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8.15% 이내의 금리로 전환해주는 신용대출상품이다. OK저축은행도 지난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자유입출금예금 ‘OK대박통장815’를 한정 판매했다. 1000만원 이하를 예치한 고객에게 연 1.815%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국내 금융사들의 이 같은 금융 애국주의는 문 대통령의 경제 어젠다와도 일치한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경험상 보조금 혜택을 받는 업체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투자하는) 금융사들의 애국주의도 성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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