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데스크 시각] 미국이 더 혁신적인 까닭

입력 2019-10-13 17:32   수정 2019-10-14 00:28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제프 베이조스 같은 혁신 창업가가 왜 한국에는 별로 없을까. 이 질문에 “한국에는 차고(garage)가 없기 때문”이란 답이 있다.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영 틀린 답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창업했다. 그것도 하나같이 집에 붙어 있는 차고에서 시작했다.

미국의 주택은 단독주택(single house)과 벽만 옆집과 붙어 있고 독립된 타운하우스(town house)가 주를 이룬다. 콘도(한국의 아파트)도 있지만 많지 않다. 단독주택에는 차고가 필수고 차고가 있는 타운하우스도 많다. 미국 차고는 주차도 해야 하고 차를 수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간이 꽤 넓다. 돈 없는 젊은이들이 사업을 도모하기 괜찮은 장소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파트 중심의 한국에선 언감생심이다.

차고서도 마음껏 창업하는 美

세계를 움직이는 웬만한 혁신기업은 대부분 미국에 있다. ABCD산업이 대표적이다. ABCD는 AI(인공지능), Blockchain(블록체인), Contents(콘텐츠), big Data(빅데이터)를 가리킨다. AI의 대표기업은 구글이다. 인터넷 검색 분야뿐 아니라 AI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비브랩스도 미국의 AI 플랫폼 개발업체다. 블록체인에서는 IBM이 대표주자다. 가상화폐 리브라로 세계 중앙은행을 긴장시키고 있는 곳은 페이스북이다. 콘텐츠 기업으로 가장 유명한 회사는 넷플릭스고, 빅데이터에선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혁신기업이 있긴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이스라엘의 요즈마, 영국의 레볼루트 등이 꼽힌다. 하지만 혁신의 깊이, 세계 시장 영향력 등의 측면에서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기업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한국엔 왜 혁신기업이 많이 없을까”보다 “왜 미국에만 유독 혁신기업이 많을까”라는 질문이 좀 더 의미있겠다. 미국의 대다수 주택에 차고가 있다는 것은 꽤 많은 걸 암시한다. 우선 먹고살 만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5만달러를 웃돈다. 주요 7개국(G7) 중 5만달러를 웃도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독창적’이거나 때론 ‘엉뚱한’ 아이디어에 돈을 대는 벤처캐피털이 도처에 널려 있다. 시장도 크다. 세계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네거티브 시스템이 혁신 촉진

미국의 혁신성은 그것만으론 다 설명하기 힘들다. 독일 프랑스 등이 한 시장으로 묶여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소득과 시장 규모가 미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FAANG 같은 혁신기업은 거의 없다.

미국에서 혁신이 더 활발히 일어나는 것은 법률체계의 도움도 크다. 미국은 영국의 영향으로 관습법 국가다. 물론 요즘엔 성문법이 늘고 있지만 관습법이 토대를 이룬다. 관습법은 기존의 것을 제한하지만 새로운 것을 억제하지는 않는다. 일단 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고 규제를 도입하는 법체계다. 이른바 네거티브 시스템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과 달리 성문법 체계를 택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다. 법에 규정이 없으면 새로운 것을 하기 힘들다.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한국에 미국과 같은 혁신을 기대하려면 법체계 전환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체계는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다. 다만 새로 생겨나는 법부터 ‘열거된 것만 제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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