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 앱(응용프로그램)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전자결제 분야 점유율 2위인 LG유플러스 전자결제(PG)사업부를 인수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은 PG사업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비바리퍼블리카를 선정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27일 진행된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인수가는 지분 가치 100% 기준 3000억원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와 비바리퍼블리카는 세부 협상을 거쳐 이달 중순께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본계약 체결 시점에 맞춰 LG유플러스는 PG사업부를 물적분할할 예정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5년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내놓으면서 핀테크 분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토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 7월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증권업 진출을 시도하면서 종합 핀테크 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인수하는 PG사업부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토스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핀테크 서비스 확장만으로는 단기간 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토스가 얻는 수익 통로는 카드·대출·투자 등의 금융상품을 중개해주고 받는 수수료 정도다. 매각 측이 밝힌 PG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00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모바일 결제 사업에 뛰어들면서 간편송금 등 금융 플랫폼 선두주자로서 토스의 위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금융 플랫폼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매각을 통해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 경쟁에 자원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비핵심 사업인 전자결제업을 정리하고 5G통신·스마트홈 등 주력 사업에 쓸 종잣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 3위인 LG유플러스는 올 들어 대대적인 사업 조정에 나섰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5 대 3 대 2로 분할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 구도를 흔들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 2월에는 유선방송(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5G 통신망을 활용한 스마트교통 사업을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 관계를 맺고,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분야에 사업 역량을 모으고 있다.
황정환/정영효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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