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근속 18년 ‘일자리 철옹성’
대표적인 고연봉 업종인 정유·화학산업은 586세대의 대표적인 ‘철옹성 일자리’ 중 하나다. 울산의 한 유화업체 현장 근로자 1300여 명 중 50대 이상은 780여 명에 달한다. 20대 근로자는 최근 몇 년 새 신규 채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5%(60여 명)에 그치고 있다. 이 회사의 평균 연봉은 1억2800만원(2018년 기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장치산업 특성상 기존 근로자가 퇴직하지 않으면 신규 채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빅3’ 업체인 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 5500여 명 중 50대 이상이 30%(1650여 명)에 이른다. 입사한 지 10년 안쪽의 20대 직원은 전체 근로자의 5%인 280여 명, 30대 직원도 25% 수준인 1400여 명이다.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신규 채용이 거의 없다 보니 근로자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조선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18년에 달한다.
현대차 노조원 2명 중 1명은 50대
연공서열의 호봉제 임금체계 속에서 평균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회사 부담은 커진다. 조선회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연스럽게 신규 채용이 아니라 사내하청으로 눈을 돌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엔 각각 200개 안팎의 사내 하청업체가 있다. 이들은 주로 선박 외관을 구성하는 블록 조립 등을 한다. 대부분 20~30대인 이들 하청업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000만원가량이다. 반면 조선사에서 20~25년 근무한 50대 기장(과장급)의 연봉은 8000만원을 웃돈다.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는 50대 대기업 근로자들은 노동조합 우산 아래 기득권을 보호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속해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 중 50대 비중은 39.2%에 달한다. 현대차지부의 경우는 조합원 5만161명(2018년 7월 기준) 중 47.8%가 50대다. 20~30대 근로자는 24%에 불과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노조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과도한 혜택이 집중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일 하는데 임금은 두 배 이상
50대의 ‘좋은 일자리 독점’은 공공기관도 다르지 않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대표적이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전국 기차역은 224개다. 이 중 서울, 부산역 등 11개의 매표 업무는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가 맡고 있다. 나머지 역에서는 코레일 직원이 직접 표를 판다. 같은 매표 업무지만 이들의 처우는 천양지차다.
코레일 정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6717만원(2019년 6월 기준)인 데 비해 코레일네트웍스 직원(무기계약직이 91%)은 3200만원이다. 처우와 고용안정성의 바로미터 격인 평균 근속연수는 코레일이 20년, 코레일네트웍스는 7.3년에 불과하다. 코레일 임직원은 총 2만8712명, 이 가운데 50대 비중은 34.3%(9849명)다. 코레일은 기간제 근로자 58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원이 일반정규직으로 무기계약직은 한 명도 없다.
백승현/김보형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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