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코스피지수는 22.79포인트(1.11%) 오른 2067.40으로 마감했다.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관세 인상을 보류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항공기를 구매하는 등의 부분 합의(미니딜)에 이른 것에 힘을 받았다.
코스피지수는 장이 열리자마자 2070선을 돌파했다. 오후 1시께 최고점인 2074.57을 찍었지만 이후 상승폭을 조금씩 반납했다.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세계 경기의 방향을 되돌리기엔 내용이 부족한 합의”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2% 줄었다. 추정치(-3.0%)보다 큰 감소폭이었다. 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시장전략가는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무역 합의만 갖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시 투자를 늘릴 거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도 “실망스러운 합의”라고 평가했다. 코스피지수도 2100선을 회복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몰딜도 아닌 미니딜에 불과하다”며 “노딜보다는 낫지만 2100선을 넘어 증시를 크게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15일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올리려던 것만 보류하고 기존 관세는 그대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5일 소비재를 포함한 1600억달러어치 상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 정도 내용의 합의라면 진작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증시가 정말 힘을 받아 상승하기 위해선 폭넓은 범위에서 2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합의가 아니다”며 “오히려 금리 인하와 같은 경기 부양책 기대가 옅어지면서 상승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소수 의견을 폈다. 조 센터장은 “양국이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패권 전쟁보다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무역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춰 합의를 한 것”이라며 “그동안 소외됐던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증시가 당분간 좋은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업종이 가장 유망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양 센터장은 “중국 관련주가 오늘내일 반짝할 수 있지만 추세가 계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업황이 살아나는 반도체와 반도체 부품주가 안전한 투자처로 보인다”고 했다.
조 센터장도 “은행주 등 낙폭과대 우량주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5세대(5G) 이동통신과 4차 산업혁명이란 트렌드가 받쳐주는 IT가 가장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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