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파동'이 남긴 과제…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입력 2019-10-14 17:42   수정 2019-10-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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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35일 만에 물러났지만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가 너무 크다. 지난 8월 9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두 달 넘게 연일 제기된 그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본인과 직계가족, 모친, 형제까지 연루된 편법 탈법 불법 의혹들은 ‘조국 블랙홀’이 돼 국회와 대의민주주의 정치까지 마비시켰다. 성난 시민들은 거리로 밀려나왔고 지지층의 옹호집회까지 열리면서 온 나라가 극심한 국론 분열에 빠져들었다. 경제와 안보에 걸친 ‘복합위기’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는 와중의 사회적 분열과 대립의 한복판에 그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좀체 물러날 것 같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사퇴하겠다고 나섰다. 청와대까지 여론에 맞서며 그를 감싸왔던 것을 돌아보면 만시지탄이라고 하겠지만, 전격 퇴진 배경에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끝까지 가겠다”고 했던 그의 생각을 바꿀 일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기라도 한 것인지 궁금하다.

검찰이 추상같은 법의 잣대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행여라도 예전 검찰처럼 ‘정무적 판단’을 하고 적당한 선에서 수사의 모양새나 다듬으려 하다가는 존립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조씨가 물러나며 던진 과제가 ‘검찰 개혁’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조씨의 ‘사퇴의 변’은 그대로 문재인 정부의 숙제가 됐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언급에 동의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책으로 젊은 세대를 살필 책무가 있다. ‘특혜와 반칙’으로 얼룩진 이른바 ‘강남 패션 좌파’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 2030세대가 겪었을 위화감과 상실감, 우울과 자포자기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고도 했다. 한때 사회주의 혁명가였던 그로 인해 ‘조로남불’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입 진보’ ‘위선·독선 좌파’의 본색이 드러난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는 역설적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로 인한 국민들의 스트레스, 열패감과 자괴감은 무시 못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심각한 문제가 조국 사퇴와 “송구스럽다”는 대통령의 한마디 언급으로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껏 정권 지지율을 의식한 퇴진이었거나, 지지율 정도는 사퇴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식의 저급한 ‘정치공학’에 매몰돼 있다가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인사도 문제지만 엉터리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소득주도 성장’의 구호 아래 과속해온 임금과 근로시간 정책부터 노동개혁, 공유경제 사업과 원격진료처럼 꿈쩍도 않는 규제문제까지 인식 대전환이 절실한 정책이 쌓여 있다.

어제 발표된 소위 검찰개혁안을 보면 12일 ‘조국 수호 집회’에 바로 뒤이어 13일 당·정·청 협의, 14일 법무부 발표, 15일 국무회의 의결로 이어진다니 일사천리다. 반면 고용 창출과 관련되는 정책들을 보면 ‘일자리 정부’라고 내건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느리다. 정책에 따라 실행속도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뭔가. 인사가 그렇듯, 정책의 오류도 제때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 위기로 이어진다. 정권의 재앙이 아니라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뒤늦게 수습에 들어간 조국파동의 교훈도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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