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형을 생각하면 영어 단어 에자일(agile)이 떠오른다. 에자일의 사전적 의미는 기민한, 날쌘, 재빠른 등이다. J형은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얼핏보면 에자일과 거리가 멀다. 다만 금융투자에선 누구보다 기민하고 재빠른 판단력과 실행력을 갖췄다. 투자 환경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J형은 에자일이란 단어와 어울린다. J형과 투자 얘기를 하다보면 늘 예민한 투자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놀랄 때가 많다.
J형을 이렇게 소개하면 그가 남보다 앞서 유망한 투자상품을 골라내고, 잦은 거래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이와 달리 J형은 장기투자와 분산투자가 철칙이다. 몇 년 전부터 J형은 브라질 국채와 베트남 상장지수펀드(ETF)로 장기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먼저 브라질 국채는 매년 10%씩 이자가 나온다. 수익률이 연 10%, 게다가 고정적이라면 요즘처럼 불확실한 투자환경에선 정말 매력적인 조건이다. J형은 10% 이자를 받으면 바로 브라질 국채에 재투자한다. 어차피 노후 대비 목적으로 장기투자하는 것이니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단기투자가 아니라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자본 차익은 기분 좋은 일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5.50%로 0.50%포인트 낮췄다. 2년 전만 해도 연 14.24%에 달했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떨어지자 J형 같은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한 브라질 국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금리는 1년 전 연 12% 수준에서 최근엔 연 6.83%까지 떨어졌다. 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큰 폭의 자본 차익을 올렸다.
단점도 있다. 환율이 변수다. 한국 투자자들은 헤알화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데 헤알·달러 환율,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 자칫하면 환손실 때문에 이자 수익과 자본 차익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특히 단기투자에선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대해 J형은 “헤알화 환율은 결국 브라질 경제를 반영할 텐데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만 생각해도 브라질 경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도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론을 폈다.
J형 장기투자의 또 다른 축은 베트남 ETF다. 베트남 경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으로 베트남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방법으론 ETF를 선택했다. 수수료가 싸고 원하는 시장에 투자하기 쉬운 투자수단이란 장점 때문이다.
“베트남 경제에 그렇게 확신이 있다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ETF에 왜 투자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레버리지 ETF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했다. 단기 투자 수익을 바라는 게 아닌데 상승할 때와 마찬가지로 하락할 때도 더 많이 떨어지는 상품에 투자해서 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J형은 분산투자에도 철저하다. 장기투자의 투자 지역을 브라질과 베트남으로 분산했고, 각각의 투자 상품으로 채권과 ETF를 선택했다. 여기에 국내 주식으로 중기투자를 추가했다.
투자 시점 분산도 반드시 지킨다. 이를 위해 어디에 투자하든지 분할매수 원칙을 어기지 않는다. 때론 바빠서, 때론 더 많은 수익이 기대돼서 분할매수를 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기 발생 시 추가 매수가 가능한 여유자금을 확보해 두는 것도 J형의 투자 시점 분산 전략이다.
주식투자는 외국 기업에 비해 그나마 사정을 알 수 있는 국내 대형주로만 한다. 투자 종목은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종목 중에서 선정한다. J형은 “신문에 대형주 폭락 기사가 나오면 매수 여부를 결정해 분할매수한다”며 “이런 식의 역발상 투자로 그동안 수익률이 꽤 짭짤했다”고 말했다.
“다만 우량 대형주가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 만큼 투자 기회가 아주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빨리 수익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섣불리 투자하기보다는 절대 손해보기 어렵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충분히 하락한 종목에 투자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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