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가 디지털화된다면 화폐 형태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9 한경 디지털 ABCD 포럼'에서 '블록체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주제로 발표한 박이락 한국은행 전문역(사진)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CBDC에 주목하는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CBDC란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새로운 화폐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등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을 앞둔 만큼 한국은행도 지난 2017~2018년 연이어 CBDC 활용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박 전문역은 소개했다.
그는 "리브라 등장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큰 도전을 맞게 됐다. 중앙은행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화폐를 공급하면서도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술 진보와 함께 신뢰가 확보된 화폐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개·돌부터 시작해 금을 거쳐 화폐까지, 역사적으로 화폐 수단 변화가 있어온 만큼 제도권에서 CBDC가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각국 중앙은행들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CBDC가 △지급결제 △통화정책 △금융안정 △익명성·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는 것.
지급결제 면에서는 운용비용 효율성이 주목받지만 민간 지급수단 위축을 이끌 것이란 지적을 받는다. 통화정책 면에선 경기침체 시 CBDC가 손쉽게 '헬리콥터 머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중 은행의 예금이 줄어들면서 통화정책의 신용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성·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는 지하경제 양성화가 가능하다는 점과 개인정보 집중에 따르는 보호 문제가 각각 기대 요인과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기술적 검증과 함께 각종 법안 개정이 바뀌어야 하는 점에도 주목했다. CBDC가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만큼 단지 기술적 검증뿐 아니라 법률 개정도 동반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는 "CBDC의 경우 한 기관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민간 지급수단 대체 수준을 넘어 거시경제와 금융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에선 한국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효율적 운영과 함께 기술 검증도 필요하지만 많은 관련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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