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일본차는 잊어라"…현대기아차, 인도에 사활 건 이유

입력 2019-10-15 14:23   수정 2019-10-15 15:23



일본차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인도에서 현대기아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이달 초 인도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한 지 21년 만에 누적 생산량 900만대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인도 진출 이후 2006년 100만대, 2008년 200만대 누적 판매를 각각 돌파한 이후 지난해 6월 800만대를 넘어섰고 1년 4개월 만에 다시 900만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상승 곡선이 가파르다. 최근 인도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것에 비하면 고무적이다.

인도 자동차제조협회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3분기 현대차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현지 1위 완성차 기업인 일본 마루티 스즈키를 바짝 뒤쫓는 성적표다.

현대기아차가 수 년 내 인도 시장 1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인도가 현대기아차의 미래 '황금시장'으로 떠오른 셈이다. 현대기아차의 인도 행보가 향후 '일본차 천국'인 여타 동남아 시장 성패까지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 셀토스로 증명한 현대기아차의 저력


이 같은 분위기는 기아차의 셀토스 판매량으로 증명된다. '인디안 타임즈' 등 현지 언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셀토스가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사전 주문 신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22일 인도에서 공식 출시된 셀토스는 35일만에 4만대 이상의 구매 예약이 몰렸다. 이는 인도 자동차 시장 역대 최고 기록으로, 이전 기록은 현대차 베뉴가 세운 출시 60일 만에 세운 5만대 계약이었다. SUV가 잘 팔리는 인도이지만 이 정도의 판매 기록은 그동안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아차는 올해 셀토스 글로벌 판매목표를 3만4000대로 잡았으나 인도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4만8000대 판매로 목표를 수정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 현지 첫 번째 생산 차종인 셀토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며 "내년까지 주력 RV(레저용 차량·혹은 6인 이상 탑승할 수 있는 차량)모델인 쏘렌토와 카니발의 신차 출시로 현지에서의 경쟁력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현대기아차는 왜 인도에 공을 들일까?


현대기아차가 인도에 공들이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중국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로 점찍고 이 지역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인도는 13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졌지만 자동차 보급대수는 중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인도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인도는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2016년 인도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7%, 2017년에는 8.7% 각각 늘었고 지난해에도 5.1% 증가했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으로 현대기아차 내부에서 인도 시장과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 첸나이 1·2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차는 현재 65만대에서 70만대 수준인 연간 생산량을 향후 75만대 수준까지 늘리기 위해 700억루피(1조1627억원)를 공장 증설에 투자했다. 기아차도 올해 인도 안드라프라데스주에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첫번째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또한 전국의 딜러 네트워크를 통해 160개 도시에서 265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현지 소비자와의 스킨십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인도 델리 인근 구르가온 신도시에 기아차의 브랜드 체험관 'BEAT360'도 개관했다. 해외에 처음으로 마련된 것인데 앞선 인도공장 가동에 이어 본격적으로 현지 특화 마케팅을 펼치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 '변수' 리스크 높고, 갈 길 멀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인도 시장 투자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인도 자동차 시장이 최근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인도 자동차제조협회는 이달 초 올해 1~8월까지 자국의 신차 판매가 194만3230대로 전년동기보다 15.3% 줄었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미국의 관세 갈등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신흥국인 인도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올 상반기 '해외 주요시장 브랜드 국적별 승용차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인도에서 총 155만6835대가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일본계가 95만402대로 61.0%를 차지했다. 한국계는 25만9777대로 16.7%에 불과했다. 여전히 일본차에 익숙한 인도인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도 정부가 완성차에 적용하는 안전과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동차 가격 인상도 피하기 어려워졌다"며 "수요 위축이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변수가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베뉴, 셀토스로 분위기를 잡은 만큼 현지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현대기아차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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