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인 이춘재(56) 씨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에는 30년 전 하굣길에 실종된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 씨가 자백한 살인사건 중에는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 모(8) 양이 실종된 사건이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은 1990년 11월 화성시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13세 김모 양이 숨진채 발견된 화성 9차 사건 보다 1년여전인 1989년 7월에 발생했다. 당시 김 양은 낮 12시 30분께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고, 같은 해 12월 김 양이 실종 당시 입고 나갔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이 인근에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김 양의 아버지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요청을 했으나,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했다. 김모 양의 시신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앞선 화성 사건 자백 때처럼 범행 장소 및 시신 유기 장소 등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의 자백에 따라 현장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으나, 화성 지역이 도시개발로 크게 변화한 터라 장소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씨는 범행 장소 인근에 김모 양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김 양 실종 당시 경찰은 이 씨를 용의선상에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다만 이 씨에 대한 대면조사 없이 주변 수사 및 탐문조사 과정에서 이 씨를 조사했다는 기록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대면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당시 이 씨가 수원 주택가에 침입해 강도 예비혐의로 수감중에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보존된 화성 사건 기록에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기록을 찾아 이 씨 자백의 신빙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 씨가 자백한 화성연쇄살인 10건 외에 살해 4건은 김모 양 외에 1987년 12월 수원 화성역 인근에서 발견된 고3 여고생, 1992년 1월 청주 가경동의 야간고교생 박모(17)양, 1991년 3월의 청주시 남주동 주부 김모(27)씨 살인 사건 등이다. 경찰은 이 씨가 자백한 살인 4건에 대한 증거물이 없고 수사 기록자체도 일체가 보관된 게 아니고 일부만 있어 지속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이 씨가 자백한 1988년 9월의 화성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발견된 박모(13)양의 8차 사건과 관련,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의 형을 산 윤모(당시 22)씨 변호인 측의 당시 수사상황 정보공개 요청에 “수사중 사건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씨의 변호인 측은 이날 오전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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