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극장 애니메이션 비켜라"…토종의 대진격

입력 2019-10-15 17:16   수정 2019-10-16 03:17


지난달 4일 개봉한 ‘극장판 헬로카봇: 달나라를 구해줘!’가 15일 현재 58만여 명을 모았다.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 흥행 10위 기록이다. 올초 개봉해 57만 명을 기록한 ‘극장판 헬로카봇: 옴파로스 섬의 비밀’을 역대 11위로 밀어냈다. 이 시리즈의 첫 편인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시대’는 지난해 8월 개봉해 역대 5위에 올랐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총감독 최신규)가 1년여간 자사의 인기 TV 애니메이션을 옮긴 극장판 세 편을 줄줄이 개봉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헬로카봇’은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상위 10위권에 세 편을 올린 ‘뽀롱뽀롱 뽀로로’와 함께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디즈니 등 할리우드물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장악한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극장용 작품으로 성공사를 쓰고 있다. 개봉 편수와 편당 관객 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올해 개봉한 작품 중 세 편이 국산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0위권에 진입했다. ‘극장판 헬로카봇: 달나라를 구해줘’와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76만 명), ‘레드슈즈’(81만 명)다. 지난해 7월 개봉한 ‘신비아파트’(67만 명)와 작년 8월 개봉한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시대’를 포함하면 1년3개월여간 다섯 편이 역대 흥행 10위권에 랭크됐다. 총제작비 260억원을 투입한 ‘레드슈즈’를 빼고 나머지 작품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이들 네 편은 총제작비를 10억~30억원 수준으로 낮춰 주문형비디오(VOD)와 캐릭터 판매수익 등을 고려한 손익분기점은 40만~50만 명 수준이다. 제작비가 가장 적게 들어간 ‘신비아파트’는 30만 명 미만으로 추정된다. 제작업체들은 TV 애니메이션을 극장용으로 만들면서 기존 스태프를 동원해 제작 기간을 확 줄여 제작비를 낮췄다. 인지도가 높은 TV 애니메이션이어서 극장판의 홍보마케팅 비용도 최소화했다.

국내 TV물의 극장판 제작 붐은 30여 년 전 일본과 비슷한 패턴이란 분석이다. 일본의 자국산 최고 흥행작들은 대부분 실사영화가 아니라 TV물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이다.

이렇게 제작한 극장용 작품의 관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은 2014년 9편이 개봉해 총 93만7000명을 모아 편당 관객 수가 약 10만 명이었다. 2017년에는 국산 개봉작 11편이 199만 명을 끌어들여 편당 약 20만 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개봉한 국산 애니메이션은 총 10개 작품으로 약 380만 명을 모아 편당 38만 명을 기록했다. 2년 전보다 편당 관객 수가 두 배가량 늘었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 관계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사업이 평균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내년부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영화화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전체 영화 관객의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017년 전체 영화 관객 중 국산 애니메이션 점유율은 0.9%에 그쳤다. 올해 편당 관객 수가 증가했지만 2%를 넘기는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의 총제작비를 30억원 미만으로 낮춰야만 수익성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산 애니메이션들의 주요 관람층이 유아와 어린이층으로 제한된 데다 해외 인지도가 낮은 탓에 국내 시장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관계자는 “‘레드슈즈’처럼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려면 미국이나 중국 파트너와 손잡고 현지 시장에서 와이드스크린으로 개봉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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