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0여년 만에 감사인 교체…삼일회계법인→딜로이트안진으로

입력 2019-10-15 17:27   수정 2020-11-01 15:25

삼성전자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삼일회계법인에서 딜로이트안진으로 40여 년 만에 교체된다. 기업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은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내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감사인을 새로 지정받은 결과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대상 회사 220곳을 선정해 15일 지정 감사인을 사전 통보했다. 자산 규모(개별재무제표 기준) 1826억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34곳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86곳이 대상이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20곳이 포함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의 새 감사인으로 딜로이트안진이 지정됐다. 삼성전자는 1970년대부터 40년 넘게 삼일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겨왔다. 신한금융지주 외부감사인은 18년 만에 삼정KPMG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바뀐다. 2008년 지주사 출범 후 처음으로 감사인이 교체되는 KB금융은 EY한영을 새 감사인으로 지정 받았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과 감사인의 교착관계를 끊어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한꺼번에 주요 기업의 외부감사인이 바뀌면서 기업과 회계법인, 기존 감사인과 새 감사인 간 파열음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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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기업 감사인 '강제 교체' 실험
"회계분쟁 등 혼란 예고"


신(新)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의 핵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으로 초유의 ‘기업 감사인 강제 교체 실험’이 시작됐다. 회계기준 판단에 대한 분쟁이 늘고, 재무제표 정정이 속출하는 등 감사 현장에 혼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예고된 혼란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업무 위탁을 받은 금융감독원은 KB금융지주의 새 외부감사인에 EY한영을 지정했다. 하지만 독립성 문제로 재지정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Y한영이 이미 KB금융지주의 장기 컨설팅(비감사) 용역을 맡고 있어 감사업무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Y한영이 KB금융지주를 포기하면 딜로이트안진 또는 삼정KPMG를 다시 배정해야 하지만, 딜로이트안진은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우리금융지주를 맡고 있어 인력 배치 등에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회계업계의 분석이다.

금감원은 일정 요건을 갖춘 20대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공인회계사 수, 징계에 따른 벌점 등의 요인을 고려해 회계법인별 순서를 정하고 자산이 큰 기업부터 차례대로 감사인을 배치했다. 금융, 비금융 또는 업종별 배분이나 독립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배치한 만큼 재지정 신청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첫 대상인 220개 기업 중 신한금융지주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롯데케미칼 등은 삼일회계법인이 감사인으로 지정됐다. 삼정KPMG는 삼성생명 에쓰오일 카카오 등의 감사인으로 지정받았다. CJ제일제당은 EY한영이, 엔씨소프트는 국내 5대 회계법인인 삼덕회계법인이 맡게 됐다.

사전 통지를 받은 상장사와 외부감사인은 재지정 요청 등이 있으면 통지받은 날부터 2주 안에 금감원에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의견을 반영해 다음달 둘째주 본통지를 할 계획이다. 상장사는 본통지를 받은 이후에는 2주 안에 지정감사인과 감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내년 이후가 더 문제”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새로운 감사인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해오던 기존 회계처리를 문제 삼거나 재무제표 정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함께 내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검증 수위를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하는 것도 기업엔 부담이다. 미국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시행된 첫해에 적용 대상 기업의 15.7%가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 한 상장사 재무담당 임원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회계감사가 기업 경영의 큰 리스크(위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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