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은 15일 “게임 영화 등 콘텐츠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철폐와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개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창의성과 감성이 중요한 콘텐츠산업만큼은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한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콘텐츠산업이 세계 7위 규모로 성장했지만 자금, 인력, 기술 관련 투자가 부족하고 실감 콘텐츠 시장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문화산업의 정책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혁신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줄여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 6월 PC 온라인게임 성인 결제 한도(월 50만원) 폐지는 문체부가 밀어붙여 이뤄낸 것”이라며 “관련 부처 및 단체와 협의해 민간 자율등급제를 확대하고 콘텐츠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세제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콘텐츠 분야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한국이 10년 안에 세계 5위 콘텐츠 강국으로 올라서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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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한류 있지만 한류산업은 없어"
박양우 "문화산업 걸림돌 '주 52시간' 손볼 것"
“콘텐츠산업 규모에 비해 정부의 금융 투자가 적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콘텐츠산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추상적으로만 얘기해선 안 되고 실질적이고 통계적으로 증명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콘텐츠 모험투자펀드(2022년까지 4500억원 조성)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박 장관은 ‘콘텐츠산업 현황과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한류로 상징되는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류는 한국 상품에 대한 문화적 친밀감을 높이는 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라며 “지난해 한류의 생산 유발 효과가 19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는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의 비화폐적인 가치를 화폐가치로 보여줘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게 문체부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간과 비용을 집중적으로 들여 콘텐츠를 개발·제작해야 하는 문화산업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박 장관도 공감했다. 그는 “자율과 창의성이 중요한 콘텐츠산업에서 자발적인 민간자본 유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콘텐츠 업계의 주 52시간 근로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도 공감하고 입법화를 요청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콘텐츠산업은 민간 주도 경제모델을 최초로 구현한 산업이다. 한국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세계 7위까지 올라왔지만 여러 규제 이슈로 인해 민간 역량이 잠식되고 있다.
▷박 장관=게임업체들을 만나보면 “지원은 안 해줘도 좋으니 규제만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관계 기관 및 단체들과 협의해 규제를 푸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지만 사실 어려움이 많다. 콘텐츠산업만큼은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할리우드식 이익공유시스템처럼 콘텐츠산업의 실패 리스크를 분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 고용 비중이 높은 문화산업 특성에 맞는 지원제도도 필요하다.
▷박 장관=실패자들이 다시 일어서게 하도록 기획 단계부터 창업, 성장 단계까지 지원해주는 재도전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이익공유시스템에 대한 의지를 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 청년 고용 안정화를 위한 표준계약서 문제도 문체부 차원에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올해 문체부 예산 중 세출이 5조9200억원, 세입이 2조9100억원으로 차이가 크다. 콘텐츠산업 투자 효과에 따른 자체적인 수입원이 생겨 그 간극을 메우는 건가.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있나.
▷박 장관=콘텐츠산업 분야에 들어가는 예산 대부분은 지출이다. 사실 정부는 돈 버는 기관이 아니다. 세출액은 민간 콘텐츠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원하는 측면이 크다. 이 때문에 수지 문제와 관련해선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출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셀트리온은 제약회사지만 동시에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상콘텐츠 제작사업도 하고 있다. 드라마 ‘배가본드’와 ‘나의 나라’를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한류문화는 있지만 한류문화산업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문화산업에 투자를 안 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익보다는 씨를 뿌린다는 심정으로 국내외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박 장관=동감한다. 문화에 그치지 말고 문화산업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투자자는 물론 외국 주요 투자자들도 들어올 수 있다. 중국에서 국내 콘텐츠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적극 투자할 수 있게 하려면 우리 몸집(산업 규모)이 커져야 한다.
▷윤희숙 KDI 국제대학원 교수=훌륭한 한국 문화가 생긴 것에 대해 국민은 정부가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와서 돕겠다고 하니 한류산업이 위기라는 생각도 든다. 콘텐츠산업에 대한 문체부의 역할이 뭔가를 적극적으로 직접 만들어내기보다 민간의 자발적인 흐름을 왜곡하지 않고 존중하는 지원적 성격으로 이어져야 한다.
▷박 장관=한류산업 발전이 꼭 민간의 노력만 가지고 된 것은 아니다. 정부도 눈에 띄지 않게 노력해왔다. 문체부도 1990년에 문화산업국을 설치해 꾸준히 지원을 해왔다. 정부가 금전적 의미에서만 개입해 지원해 온 것이지 콘텐츠를 이렇게 저렇게 만들라고 한 건 아니다. 이전 블랙리스트 사건 같은 일이 있어선 안 되기에 제도도 많이 고치고 있다. 100개 이행과제 중 50개를 완료했고 나머지도 추진 중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정책을 펴나가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콘텐츠산업에서 변화를 감지하고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지원해 사람을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민간 자본을 들여오는 거다. 콘텐츠산업에 자본이 들어오고 경쟁력을 갖게 하는 데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노동환경만 잘 만들고 규제만 풀어줘도 콘텐츠산업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박 장관=변화의 속도가 중요하다. 민간 자본이 콘텐츠산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정책의 우선적인 목표다. 주 52시간 근무제 문제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와 얘기해 왔다. 게임산업은 이미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다른 문화산업 분야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지난주 대통령도 주 52시간 근로 유연화에 대한 입법화를 언급했다. 실질적으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바꿔가겠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콘텐츠산업 금융 지원에서 이른바 ‘사기적 실패’를 막기 위해선 정책금융 집행 시 콘텐츠 심사보다 돈 유통 관리가 더 중요하다. 세액 공제도 고용과 관련된 부분만 공제하고 나머진 줄이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문화산업에 대한 기업 기부도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
▷박 장관=콘텐츠 심사만큼이나 정책자금 유통관리도 철저히 하려고 한다. 세액공제를 고용과 연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겠다.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의 기부문제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더 권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문화산업의 수출은 한국 전체(5000억달러)의 2%가량인 100억달러 정도다. 제조업 외엔 수출할 게 별로 없다. 문화산업 분야의 수출산업화에 더 신경써야 한다.
▷박 장관=문화산업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12조원이었다. 무역수지 흑자에 가장 크게 기여한 콘텐츠산업이 게임이다. 게임산업에서만 지난해 7조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게임이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의 8.8%를 차지했다. 그만큼 문화산업은 상당히 이익을 남기는 장사다.
은정진/이선우/김희경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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