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머지않아 항생제 내성 심각한 상황 직면"

입력 2019-10-16 16:00   수정 2019-10-16 16:01

“한국도 머지않아 심각한 항생제 내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미생물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버모어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노리치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주에서 열린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지난달 방한했다. 리버모어 교수는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면 내성이 있는 균만 살아남고 내성균 감염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어려운 환경에서 내성균이 사람들 사이에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를 개발해 이런 문제를
극복했지만 최근에는 신규 항생제 개발이 과거에 비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리버모어 교수는 “중환자실에 있거나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등 중증 감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없어지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인도와 같은 몇몇 국가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시행하면서 항생제 사용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매우 강력한 항생제 종류인 ‘카바페넴’ 사용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점에서다.

최정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 개발된 항생제나 내성균에 효과가 있는 약도 국내에서 쉽게 내성이 발생하고 있으며 내성균 전파 속도가 빠르다”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에는 한국도 쓸 수 있는 항생제가 많지 않은 국가가 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다제내성균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신규 항생제가 국내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에 사용 가능한 항생제는 콜리스틴뿐이다. 최 교수는 “콜리스틴은 10명 중 3명에게 신장 이상반응이 생길 뿐 아니라 효과도 생각만큼 우수하지 않아 신규 항생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새로운 항생제를 도입하기도 어렵고 보험체계에 들여가기도 힘들다”며 “항생제 허가나 급여 제도가 현실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항생제는 기존 항생제와 효과의 우월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제내성균 환자 치료에 무게를 두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버모어 교수는 “영국은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약은 바로 사용할 수 있고 보험급여 문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한국도 가능한 한 많은 항생제 옵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올 1월 ‘항생제 내성 2040 비전’을 발표하고 항생제를 의약품이 아닌,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항생제 개발회사에 정부가 일정 금액을 선지급하고 제약사는 필요시 저렴한 약가로 항생제를 공급해 신약 개발과 사용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제약사는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정부는 국민에게 낮은 가격에 항생제를 공급할 수 있다.

리버모어 교수는 정부의 약가 정책과 함께 의식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국민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환절기 감기는 박테리아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균에 작용하는 항생제로 치료를 받아봐야 소용이 없다”며 “항생제 사용 자체를 줄이려면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음식물 오염으로 인한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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