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조직 유사장기체' 개발…동물실험 대체 길 열어

입력 2019-10-16 15:45   수정 2019-10-16 15:58

폐암 환자 특성을 재현한 바이오칩을 활용해 동물실험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장세진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김민서 의생명연구소 연구원 팀은 환자의 폐암세포를 배양해 개인 특성을 재현한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를 항암제 전임상시험에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주목할 만한 연구로 선정됐다.

장 교수팀은 세계 처음으로 폐암세포만 키워 암 조직 구조를 만드는 오가노이드 배양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한 바이오칩 약물평가 플랫폼도 함께 만들었다. 폐암은 암 사망 원인 중 1위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항암제와 치료법을 개발해야 하지만 유전체 변이 등이 많아 환자마다 다른 암이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하다.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쥐 토끼 등 실험동물이 많이 필요하다. 대체 플랫폼인 암 오가노이드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암 오가노이드는 환자 조직 특성을 몸 밖에서 재현한 암 모델이다. 암 조직 기능과 구조까지 모두 재현할 수 있다. 장 교수팀이 배양에 성공한 환자 유래 폐암 오가노이드는 환자들의 폐암 조직 유형과 같았고 유전체 변이 특성도 그대로 담았다. 살아있는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필요한 최적의 항암제를 선택하는 데 유용하다. 실험동물의 희생을 줄여 신약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정기석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와 함께 암 오가노이드 배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미세유체칩 원스톱 시스템도 개발했다. 암 오가노이드를 임상에 적용하려면 규격에 맞춘 암 오가노이드를 바이오칩 위에서 배양하고 검사키트를 만들어 바로 항암제 효과를 평가하고 반응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장 교수팀이 개발한 미세유체칩 원스톱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런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장 교수는 “한국인이 고위험에 속하는 대장암, 위암, 간암의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바이오 뱅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정밀의학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해 더 많은 환자가 최적의 항암제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 과제와 바이오핵심기술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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