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전혀 없습니다. 3기 정도 돼도 소화가 안 되는 등의 비특이적 증상(특정 질환임을 알 수 없는 일반적인 증상)만 호소하죠. 정기 건강검진을 잘 받아야 합니다.”
이은주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젊은 난소암 환자도 초기에 발견만 된다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며 “난소암 1기에 발견된 환자는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우연하게 발견된 경우”라고 했다. 이 교수는 난소암 등 부인암을 치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다. 미국 MD앤더슨암센터 등에서 난소암 호르몬 치료, 유전자치료 연구 등에 참여했다. 부인암 치료 결과 등을 예측하는 지표를 발견하는 등 유전체 분야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 그는 자궁경부암 세포에는 줄어든 DKK3 단백질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를 활용해 난소암 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암 치료는 외롭고 힘든 데다 치료 후 말 못할 문제들도 생긴다”며 “환자들이 기댈 수 있는 의사가 돼 암 치료라는 긴 길을 가는 데 동반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교수를 통해 난소암과 부인암의 원인과 가임력을 보존하는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난소암은 어떤 암인가.
“난소는 난자를 만들고 배란하고 여성 몸에 필요한 호르몬을 생성·분비하는 기관이다. 한 달에 한 번 배란하고 13세에 초경을 맞아 50세에 폐경이 되면 한 여성이 30~35년간 400~450번 정도 배란한다. 배란은 난소 상피로 이뤄진 표면이 깨져 난자가 배출되는 과정이다. 쉽게 말하면 상처가 남는 것이다. 이후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세포 복구를 위한 많은 유전자가 활성화돼 세포를 복구한다. 유전자가 제 역할을 잘하면 완벽하게 복구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세포가 남아 축적되고 돌연변이가 생겨 암세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배란이 길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수유 기간이나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때는 배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난소암 위험도가 낮아진다.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이 고위험군에 속하고 경구피임약은 난소암 예방효과가 있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도 배란 기간이 길어 고위험군에 속한다. 나이 들면 세포 복구능력이 떨어져 어린 사람보다 위험하다. 가족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 덕분에 알려진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면 고위험군이다.”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초기에 증상이 전혀 없다. 난소암 선별검사는 실패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질식 초음파, CA125 종양표지마커 검사 등을 선별검사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이런 검사가 시행된 지 꽤 됐지만 생존율은 거의 차이가 없다. 난소암은 다른 여성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 2016년 통계를 보면 갑상샘암, 유방암 발생이 2만여 건이지만 난소암은 2500건으로 발생 건수는 8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갑상샘암과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100%와 92%인데 비해 난소암은 64%다.”
▷젊은 암 환자에게는 치료 후 임신 가능 여부가 중요하다.
“난소암 치료는 기본적으로 난소 절제술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가임력 보존이 힘들다.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 난소암은 생식세포종양, 경계성 난소암, 1기 초기인 상피성 난소암 상태에서 발견되면 암이 생긴 난소는 절제하더라도 자궁과 반대쪽 난소를 보존할 수 있다. 자궁내막암이나 자궁경부암 등 다른 암도 초기라면 가임력을 살리는 수술을 할 수 있다. 다만 가임력 보존 수술을 할 때는 재발 위험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암이 재발하면 완치가 힘들기 때문이다.”
▷여성암 환자는 우울증도 많이 호소한다.
“암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환자는 없다. 당황하고 놀라고 분노한다. 마음의 동요를 넘어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환자도 많다. 암 진단 뒤에는 빠른 속도로 치료 준비, 검사가 이뤄지고 환자는 순식간에 본인의 의지로 이길 수 없는 거센 파도에 끊임없이 휩쓸려가는 기분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수술 전 정신과 전문의와 협진을 한다. 정신과 상담만 받아도 치료 순응도나 수술 후 회복력이 좋다.”
▷협력진료도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
“교수 간 협력이 잘된다는 것이 중앙대병원의 장점이다. 난소암 수술을 위해서는 교수 2~4명이 필요하다. 수술이 잡히면 수술에 참여할 교수들과 논의한다. 수술을 할 때 예상되는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이다. 수술에만 10~1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큰 합병증은 없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