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레트로(retro) 열풍으로 타고 새로 부활하고 있다. 과거의 브랜드 유산을 내세우면서도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선호하는 레트로 취향을 흠뻑 담고 있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새로운 브랜드의 변신 밀레니얼 세대 호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989년 론칭한 삼성물산의 대표 브랜드 '빈폴'은 2020년 봄·여름(S/S) 시즌부터 달라진 로고와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만난다. 삼성물산은 과거 여성복 '구호'로 재직했던 정구호 디자이너를 다시 빈폴의 고문으로 초빙해 '한국적 클래식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새 빈폴은 한국 전통문화와 서양 문물이 만나 토착화되는 과정을 거친 1960~1970년대를 담아내고 있다. 빈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는 한편 한국의 자랑스런 문화와 자긍심을 상품뿐 아니라 매장, 서비스 등에 세련되게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빈폴의 대표 상징인 자전거 로고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운전자가 쓴 모자를 캡모자로 마꿔 젊은 느낌을 더했고, 여성과 어린이 로고도 만들었다. 한글 로고를 새로 만든 점도 특징이다.
정구호 디자이너의 힘을 빌어 개편에 나선 또 다른 패션 브랜드는 제이에스티나다. 올 7월 16년 만에 브랜드를 전면 개편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상을 핑크색으로 교체하고 이를 적용한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선보였다. '영 앤 리치'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조엘 컬렉션'도 내놨다.
온라인 브랜드로 재탄생하는 브랜드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가 그 전 세대와 달리 온라인 의류 쇼핑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2016년 영업을 중단한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MVIO)를 지난 7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되살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직원 중 1984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그룹 '앰배서더'를 운영하며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한 상품을 선보였다. 이는 2017년 온라인 전용브랜드로 돌린 '빈폴키즈'의 성과를 바탕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한섬은 지난 3월 대표 핸드백 브랜드 '덱케'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시켰다. 한섬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운영은 1987년 창립 이후 덱케가 첫 시도다.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력 고객층의 나이를 낮추고, 가격대도 50만원대에서 10만~20만원대로 인하했다.
스포츠 브랜드 업계에서는 '헤드(HEAD)'의 행보가 눈에 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지난 6월 헤드를 온라인사업부로 편입시킨 후 온라인 전용 상품군과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LF는 한발 앞서 기존 브랜드의 온라인 전환에 꾸준히 힘을 기울였다. 2016년부터 꾸준히 여성복 '모그', 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일꼬르소' 등을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재편성했다. 올 3월 내놓은 신규 액세서리 브랜드 'HSD'의 경우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구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
오프라인 유통망을 없애 고정비를 줄이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과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로 브랜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급성장하는 무신사, 29cm 등 캐주얼 브랜드에 특화된 온라인 유통채널을 요충지로 삼고 있다.
조경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10~20대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적 소비를 중요시하지만 쇼핑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서 한다"며 "온라인 거래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5% 성장했으며 모바일 거래액이 고성장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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