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만 경영' 한국은행, 감사원 지적에도 1년 넘게 개선 안 해

입력 2019-10-16 10:51   수정 2019-10-16 11:28

한국은행이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방만 경영’ 지적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자구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 작년 9월 감사원 감사에서 과도한 임직원 복리후생 및 휴가 제도 운영, 급여성 경비 집행을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직원 외 가족에 대한 건강검진 지원, 휴업 급여 외의 급여 보전 등 총 7개 항목이다.

그러나 한은은 “노사와 협상 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1년이 넘게 이들 지적 사항을 고치지 않고 있다. 한은은 홍 의원에게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올해 안에 규정 개정을 목표로 노사 협의 중” “노사 협의를 지속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 등의 해명을 내놨다.

청원·특별 휴가 등 연차 휴가 외 유급휴가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 개정은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비업무상 사망한 직원에 대해 퇴직금을 가산 지급하고 있는 규정에 대해 한은은 “발생 빈도가 낮아 비용 부담은 작은 데 비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에 미치는 효과는 크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런 식의 특례 제도 운영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지만 한은은 사실상 개선 의지가 없다는 뜻을 비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으로서 다른 공공기관에 모범을 보여야 할 한은이 방만 경영 개선의 ‘시늉’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감사원이 지적하는 사항은 노사 합의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적극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노조에 끌려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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