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는 처음이에요."
올해로 데뷔 23년째인 배우 이정현의 수줍은 고백이다.
이정현은 5.18 광주 항쟁의 아픔을 담은 '꽃잎'에서 시대의 혼돈 속에 미쳐버린 소녀 역으로 데뷔했다. 데뷔와 동시에 각종 신인상을 석권하며 스타덤에 올랐던 이정현이었다. 이후 사극과 현대극, 200억 원 대작부터 독립영화까지 분야와 규모,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던 이정현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이정현은 새로운 도전이 된 영화 '두번할까요'에 그래서 더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두번할까요'는 이혼 한 부부가 서로의 소중함 여전히 이어졌던 애정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이정현은 예쁘고 매력적이지만 엉뚱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 선영을 연기하며 권상우와 부부 호흡을 맞춘다.
"예쁜 얼굴을 막 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도때도 없이 망가지고, 수영을 하나도 못하지만 한강 물에도 빠졌다. 그럼에도 이정현은 "하나도 힘든 것 없이 행복했던 촬영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원래 제 성격은 이래요. 그런데 그동안 너무 무겁고, 어두운 시나리오만 들어오니까 촬영장에서 웃고 떠들다가도 카메라 앞에서는 다시 집중해야하는 게 힘들었어요. 이번에는 코미디 장르니까 함께 연기했더 권상우 씨, 이종혁 씨와 막 웃다가 촬영에 들어가도 그 감정을 이어갈 수 있더라고요.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시나리오를 받은 지 6시간 만에 출연하겠다고 전화하면 창피하다"며 소속사에서 더 늦게 연락을 주자고 제안했을 정도. 그토록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고, 이미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정현이지만 첫 촬영은 밥 숟가락을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로 떨었다.
"권상우 씨와 첫 촬영이었어요. 제가 작품이나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있으니까. 그런 모습을 상상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테크노 여전사, 성격도 센 여자 이렇게 생각하셨데요.(웃음) 그래도 그 후로 권상우 씨와도 친해져서 가깝게 지낼 수 있었어요. 정말 재밌더라고요."
극중 선영은 이혼 후에도 남편 현우를 잊지 못한다는 설정이다. 외모, 직장, 성격까지 완벽한 상철(이종혁)의 직진 고백에도 현우를 볼 때마다 흔들린다. 이정현은 "실제 저라면 당연히 현우 보다는 상철"이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저는 저만 사랑해주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저희 남편이 좋다"면서 기승전 '남편 자랑'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정현은 '두번할까요'를 찍으며 만난 3살 연하 대학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와 올해 4월 결혼했다. 남편에 대해 "모든 것을 저에게 맞춰 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후, 이정현은 "결혼을 하니 너무 좋다"며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상철이처럼 남편도 저만 바라봐 주는 사람이에요. 제 1집부터 CD도 다 갖고 있을 만큼 제 팬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를 이렇게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 사람말고 또 누가 있을까 싶어요. 고맙고, 맘도 편하고, 든든해요."
"연예인 일을 하면서 주변의 좋은 남자를 만나는 건 힘들다"면서 결혼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던 이정현은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시부모님의 든든한 응원까지 받으며 결혼 후에도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결혼 준비를 하며 촬영을 했고, 그 때문에 신혼여행도 결혼식 후로 미뤘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새 작품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촬영에 들어갔고, 일주일 전에 '반도' 촬영을 마쳤다.
스케줄이 없을 땐 집에서 식사도 직접 준비하며 달콤한 신혼을 즐기고 있다. "취미는 청소고, 쉴 땐 '한국인의 밥상'이나 '삼시세끼' 등 요리관련 프로그램을 본다"는 이정현은 겉절이도 직접 해먹는 실력자다.
"5년 전부터 혼자 살면서 혼밥을 했어요. 요리에 집중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좋더라고요. 밥먹고 수다떨고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도요. 예전엔 음악을 들었는데, 요즘은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힐링해요. 남편도 저 보면 놀라더라고요. 손에 물도 안 묻혔을거 같다고요.(웃음)"
결혼한 신혼부부 대부분이 그렇듯 요즘 이정현의 고민도 자녀 계획이다. "딸을 꼭 낳고 싶다"는 이정현은 "마음 같아선 3명인데, 그러면 활동을 하기 힘들지 않겠냐"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결혼을 했다고 경력이 단절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이미 5년 전부터 제 역할은 유부녀, 엄마였고요. 나이가 어린 아이돌이라면 치명적이지만 저는 결혼 후에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다른 거니까요."
피부나 몸매 관리도 일상 생활 속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 모두 오래 연기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단 올해 연말까지는 휴식을 취하면서 가정에 충실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아이를 정말 좋아해요. 결혼을 포기했다가 다시 고민하게 된 것도 아이 때문이에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연말까진 열심히 노력해보려고요.(웃음) 작품도 드라마, 상업영화, 독립영화 가리지 않고 기다리고 있어요. 특히 독립영화는 소재가 넓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좋더라고요. 딱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만나지 못했지만, 빨리 혈기왕성한 신인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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