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다임러금융, 이제 '모빌리티'라 불러라

입력 2019-10-18 08:20   수정 2019-10-18 08:36


 -자동차 할부금융업의 모빌리티 전환
 -이동수단 아닌 '이동'을 빌려주는 세상

 지난 7월 다임러그룹의 금융자회사인 다임러파이낸스서비스가 회사명을 '다임러 모빌리티'로 바꾸는 혁신(?)을 단행했다. 금융회사가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를 사명(社名)에 활용하자 글로벌 시장에선 꽤 화제가 됐다.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지금까지 돈을 빌려주던 것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이동(Mobility)'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회수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실제 다임러모빌리티가 '금융업' 외투를 점점 벗으려는 근본적 이유는 이동의 본질 때문이다. 사실 인류는 태어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동에 집착했다. 빠른 속도는 생존을 위한 사냥 경쟁의 우위를 가져왔고 때때로 편안한 이동은 불편을 줄이는 측면에서 이동 수단의 기능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지금도 좋은 이동 수단의 속성으로 표현되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빠르고(fast) 편안한(comfortable)’이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이동의 본질에 기반, 끊임없는 개선을 이뤄냈다. 항공기 속도는 이미 마하 단위(시속 1,200㎞)에 진입했고, 고속철은 시속 300㎞를 넘나든다. 가장 보편적인 이동 수단인 자동차도 과거 100년 전과 비교하면 속도의 발전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인류를 표현하는 여러 단어 가운데 ‘이동(Mobility)’에 방점을 찍은 ‘이동의 인류(Homo Mobiliticus)’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자동차로 대표되는 이동 수단이 빠르고 편안하게 진화할 때 금융회사의 역할은 단순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돈이 부족한 사람을 찾아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취득했다. 따라서 자동차 금융업은 매월 납입금과 돈을 빌리는 기간 등에 따른 이자 수익이 최우선이다. 그러다 굳이 자동차를 사지 않아도 일정 기간 이용 가능한 권리를 부여하고 이자를 받는 방법도 찾아냈다. 흔히 말하는 리스(lease)와 렌탈 등이다. 

 하지만 빌려주는 금융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동차 시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연간 9,000만대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두고 돈을 앞다퉈 빌려주려는 금융기업만 수천 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융의 본질이 돈이나 화폐가치가 있는 물건 등을 빌려주고 회수할 때 원금과 이자를 받아 지탱되는 사업 모델이니 자본만 있으면 현재도 수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임러모빌리티의 사명 변경은 금융업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물론 글로벌만 바꾸었을 뿐 각 나라에선 여전히 금융이지만 앞으로는 전통적 개념의 돈이나 물건 등의 대여를 통한 수익 뿐 아니라 이동의 유통에서 부가가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어서다. 제조사가 다양한 형태의 이동 수단을 만들어 제품의 '빠르고 편안함'을 추구할 때 다임러모빌리티는 각각의 이동 수단을 연결해 '빠르고 편안함'을 지속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창출하면 그게 곧 '이동의 유통 수익'인 셈이다.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이동이 필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통합시키면 이동 매니저 역할까지 확대된다. 이 경우 소비자는 이동에 있어 무엇을 탈지, 그리고 어떻게 이동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 거리, 다양한 이동 수단 등 이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통합돼 오로지 선택만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업의 모빌리티 진출은 근본적으로 보다 치열한 경쟁에 놓일 수도 있다. 지금은 동일 업종 간의 경쟁이지만 통합 이동 서비스 시장은 제조사 뿐 아니라 IT기업 등 모두가 발을 내딛는 새로운 시장인 탓이다. 게다가 모빌리티는 많은 금융 자원이 필요한 사업도 아니다. 이미 누군가 소유한 이동 수단을 활용해도 되고, 누군가 빌린 것을 이용해도 된다. 물론 이동 수단 제조사와 손잡고 진출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관계없이 이동에는 반드시 비용 결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언급되는 '비용'이 곧 다임러모빌리티가 주목하는 부분이고 모든 모빌리티 사업자는 비용 속에 이익을 넣으려 한다. 자동차라는 제조물 유통으로 돈을 벌어왔던 금융업이 이제는 제조물의 이동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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