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체제에 대항해 모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사이에서 내부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보수 통합’ 논의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다. 비당권파 모임인 ‘변혁과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서 안철수계 의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유승민 변혁 대표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당 등과의 보수통합 논의에 선을 그은 것이다. 전날 유 의원이 보수 통합 등을 논의하기 위해 “황 대표를 만날 수 있다”고 언급하고 황 대표도 긍정적으로 화답한 데 대한 반응이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권 의원은 유 의원이 대표로 있는 변혁에 참여하고 있다.
권 의원은 “유 대표가 한국당에 요구하고 있는 쇄신의 조건이 한국당의 특성상 절대 달성하기가 불가능한 조건들”이라며 “항간에서 떠도는 통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당과의 통합 연대설에 아예 선을 긋는 모양새다.
변혁은 유승민계 8명, 안철수계 7명으로 이뤄져있다. 손 대표 체제로 더 갈 수는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뤄 뭉쳤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당장은 정계복귀에 뜻이 없음을 밝힌 이후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계인 이혜훈 의원은 안 전 대표를 향해 “꽃가마 보내면 올 분이라고 많이들 얘기한다”고 언급했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변혁 내부에서 합의되거나 논의되지 않은 말들이 바른정당계에서 나오면서 상당히 실망스럽다”며 “유 의원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자 오신환 원내대표는 “의견을 모아가도록 하겠다. (변혁 의원들의) 생각들이 다 똑같을 수는 없지 않냐”며 “생각을 표출하고 다른 동료들에 의해 재조정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바른정당계인 하태경 최고위원이 언급한 11~12월 신당창당설에 대해서도 “생각이 조금씩 차이가 있고, 마음이 급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및 공수처에 대한 의견도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가 각각 갈려있다. 하 최고위원은 “권은희 공수처법에 대해 좋은 공수처법이라는 입장과 정권에 의해 악용될 것이라는 두가지 의견이 혼재하고 있다”며 “내부 의견 차이를 조속히 의총을 소집해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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