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하기비스 영향으로 日 방사성 물질 태평양 유입 가능성

입력 2019-10-17 13:55   수정 2019-10-17 13:56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수거한 방사성 오염 물질이 대거 하천에 방류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당국은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서둘러 설명하고 있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田村)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으로 수거한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 중 폭우에 유실된 것들을 일부 발견해 수거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텅 빈 채 발견됐다. 16일까지 유실된 자루 19개를 발견해 17개를 회수했고 그중 10개는 내용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 자루가 강에 유실된 동안 내용물이 강에 방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우라 히데유키(三浦英之) 아사히(朝日)신문 기자의 트위터에 계정에 올라온 자루를 수거하는 현장 영상을 보면 자루는 천변의 나무에 엉켜 있고 내용물이 없는 것이 확연해 보인다.

자루에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 과정에서 수거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흙 등이 담겨 있었는데 태풍이 몰고 온 폭우의 영향으로 보관소 인근 하천인 후루미치가와(古道川) 등으로 유실됐다.

환경성과 다무라시는 폐기물 자루 임시 보관장이나 자루가 유출된 하천 하류의 공간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변화가 없었으며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비교적 낮아 환경에의 영향은 적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은 폐기물 자루 유실에 관해 "회수된 폐기물은 용기가 파손되지 않아서 환경에 대한 영향은 없다고 생각된다"며 "계속해서 현장과 가설물 설치 장소의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지난 15일 국회에서 언급했다.

폭우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일본 당국의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 태세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록 고이즈미 환경상의 발언이 빈 자루 발견 이전에 나왔다고 하더라도 폭우에 휩쓸려간 자루가 파손되지 않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발언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공간 방사선량을 측정하고서 환경에 영향이 적다는 입장이 밝힌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 남는다. 강물이 빠르게 흐르는 점을 고려하면 오염물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 외에 환경에 부담을 주는 다른 물질도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유출됐다. 산케이(産經)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福島)현 고리야마(郡山)에서는 강이 범람하면서 인근 공장에서 맹독성 물질인 사이안화 나트륨이 유출됐다.

공장에서 나오는 물을 가두어 둔 조정 연못에서 배출 기준의 46배에 달하는 사이안화 화합물이 검출돼 고리야마시가 일대의 약 20가구에 대피를 촉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이안화 나트륨은 금속 도금에 사용되며 입에 들어가거나 가스를 마시는 경우 호흡곤란이나 현기증을 느끼며 몇초 만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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