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하는 후보들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주식(31%)에 대해 얼마를 지불할지와 신주 유상증자에 얼마나 참여할지를 모두 써내야 한다. 지난 9월 3일 실시된 예비입찰 단계에서 매각 측은 가격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체 인수자금을 전부 구주 인수대금으로 쓰거나 신주 인수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본입찰에선 구체적인 신주 유상증자 최소금액(8000억원)을 제시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금리(현재 연 7.5%, 2년 후 연 9% 수준)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이를 상환하는 등 인수 초기 자금이 많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신주 유상증자 금액이 일정 수준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상환을 요구하는 영구채는 지난 4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데 따른 지원책이었다. 채권단은 전환사채(CB) 형태의 영구채 5000억원 발행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을 줬다.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개념인 크레디트라인(8000억원)과 스탠바이론(3000억원)도 제공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후 크레디트라인을 1000억원가량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은 1169억원 영업손실과 2916억원 당기순손실(연결 기준)을 냈다. 한·일 갈등, 원화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 매각 측이 8000억원 이상의 증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최소 신주 인수액을 제시한 것은 후보들에 구주 대금보다 신주 유상증자 참여액이 더 중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효과도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은 다음달 7일 이뤄질 예정이다. 본입찰 시기는 당초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로 알려져 있었으나 후보자들에 충분한 실사 기간을 주기 위해 여유 있게 잡았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가 참여하고 있다.
토종 사모펀드(PEF)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예비입찰 당시 별도 후보로 참여했다가 최근 애경그룹과 손잡기로 하고 막판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는 함께할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애경산업 컨소시엄과 HDC현산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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