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속으로] "북극에서 수없이 연구 실패…호기심이 나를 버티게 했죠"

입력 2019-10-17 19:11   수정 2019-10-18 00:39

“과학계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풀브라이트상을 세 번 받은 호프 자런이 쓴 <랩걸>이란 책을 읽은 뒤였을 겁니다. 저도 여성 과학자로서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많은 이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은 최근 출간한 <엄마는 북극 출장 중>을 쓴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책은 중학교 시절 우연히 과학반에 들어간 소녀가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그가 연구해온 분야를 설명한 과학서이자 여성 과학자의 삶을 담은 에세이다.

이 연구원은 이른바 ‘극지 전문가’다. 북극이사회 북극모니터링평가프로그램과 국제영구동토층협회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툰드라 얼음 속 해조류와 극지 생물학을 연구한다. 저자는 2003년 한국해양연구원 산하 해양자원연구본부 해양미생물다양성연구사업단 소속으로 북극에 처음 갔다. “힘들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어요. 새로운 연구에 대한 기대에 마냥 부풀었습니다. 기지가 없어 텐트를 직접 매고 다니고, 밥 대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책에서도 털어놨듯이 여성 과학자로서 가장 암담했을 때는 “첫 아이를 임신하고나서”였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걱정됐다”며 “다행히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상사와 동료들이 만들어줘 여성 과학자로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북극 연구 활동에 할애했다. 그가 북극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이어온 이유는 뭘까. “북극의 기후 변화가 한반도 겨울철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북극해 얼음 면적이 줄어들면 북극 지역 내 더 추워진 곳과 덜 추워진 곳 사이 온도 차가 커지면서 중위도에 있는 한반도에 한파와 폭설이 몰려오게 되죠. 북극 날씨 연구 결과에 따라 우리가 이번 겨울에 롱패딩을 미리 살지, 내년으로 미뤄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북극에서 연구할 때 실패를 수없이 거듭했다. 그럴 때마다 그를 붙잡아 준 힘은 다름 아닌 호기심이었다. 그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아도 계속 궁금해하고, 이걸 어떻게 찾을지 계속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힘든 상황을 넘어서게 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강연할 때마다 청중에게 ‘과학자는 ( )다’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그에게 과학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알려지지 않은 자연현상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과학이 지금 당장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모은 지식이 서로 연결돼 언젠가 큰 도움이 되는 엄청난 결과를 이뤄낸다는 걸 역사는 항상 증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여겨 고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질문하길 좋아한다면 꼭 도전해 보기를 권합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코리브르, 264쪽, 1만5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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