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 내렸지만 증권사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금리 인하에도 증시 부양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9시49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4포인트(0.25%) 오른 2082.28에 거래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린 지 사흘이 지났지만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 16일 코스피는 0.71% 상승하는데 그쳤고, 전날에는 오히려 0.23% 하락했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에 자금이 늘어나고 이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 증시에는 호재다. 이는 증권사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증시는 금리인하의 호재보다는 대외 악재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단행된 만큼 증시에 호재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금리인하는 이미 알려졌던 부분이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력은 없었고 오히려 미중 및 홍콩 이슈 등에 묻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대표 예금 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매력도 감소하고 있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CMA 금리도 떨어져서다.
증권사는 CMA 계좌에 예치된 돈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수익을 고객에 돌려준다. 은행의 입출금통장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하루만 돈을 넣어둬도 이자가 붙는데다 입출금도 자유롭다.
CMA는 투자 대상에 따라 4가지 종류로 나뉜다.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머니마켓랩(MMW)형, 종금형 등이다. RP형이 CMA의 통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CMA 상품의 금리를 내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부터 CMA RP, 수시입출식 RP, 개인약정식 RP, 법인약정식 RP 등의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21일부터 개인 CMA RP형, 법인 CMA RP형, 일반 RP상품 등의 금리를 0.20~0.25%포인트 내린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은 이미 전날부터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운용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증권사 뿐만 아니라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상품도 수신금리를 내리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CMA의 매력도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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