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컬처 insight] 장르가 된 K팝

입력 2019-10-18 13:22   수정 2019-10-18 13:30


‘강남 스타일이니까’ ‘방탄소년단(BTS)이니까’라고 생각해 왔는지 모른다. K팝이 세계 정상에 오르는 일은 특정 노래 또는 특정 아이돌의 이야기라고 한정 지으며 말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가능성이 열렸다. 지난 13일 슈퍼엠이 첫 미니 앨범 ‘Super M’으로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K팝 가수로는 BTS에 이어 두 번째다. 슈퍼엠은 샤이니, 엑소, NCT 등 기존 아이돌 멤버들을 결합해 만들었다. 이미 스타가 된 멤버들이 함께한 것이지만, 데뷔와 동시에 정상에 올랐다는 점은 놀랍기만 하다. 그만큼 해외에서 K팝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K팝이 전 세계를 넘나드는 하나의 장르, 하나의 문화가 돼 가고 있다. K팝은 그 가능성을 꾸준히 입증하고 있다. BTS와 슈퍼엠이 세계 최정상에 오른 것은 물론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등 많은 가수들이 해외 곳곳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엔 외국 사람을 보면 괜히 자긍심 반, 의구심 반으로 ‘두 유 노 강남스타일’을 물어보지 않았던가. 이젠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일상에서 충분히 K팝의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게 됐다.

K팝은 오랜 시간 견고하게 이어져 온 한 나라의 규칙마저 바꿔놓고 있다. BTS는 지난 11일 해외 가수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스타디움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BTS 공연에 앞서 사우디 정부는 엄격한 이슬람 규정을 완화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은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는 ‘마흐람’제도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BTS 공연에 참석한 여성에게는 규제를 풀었다. 그렇게 히잡을 쓴 3만여 명의 관객들이 공연장으로 쏟아졌다. 이들은 BTS의 음악이 울려퍼지자 다른 나라 팬들 못지않게 뜨겁게 환호하고 열광했다.

K팝이 세계 음악의 중심인 미국 시장부터 낯선 중동까지 파고든 것은 뛰어난 확장성 덕분이다. 그 지각변동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분방한 음악은 대중들을 뒤흔들었다. 이후 국내 음악은 빠르게 변화했다. 장르간 결합을 의미하는 ‘매쉬 업(mash up)’ 작업을 활발히 하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음악도 만들어냈다. 슈퍼엠 역시 샘 스미스, 케이티 페리 등이 소속된 미국 레이블 캐피톨뮤직그룹과 손잡고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웅장한 호른 사운드로 시작하더니, 곧 리듬감 넘치는 일렉트릭 팝이 흐른다.


K팝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또다른 이유는 강렬한 메시지와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 음악은 가벼운 사랑 이야기 정도만 다룬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돌 1세대인 H.O.T.부터 학교폭력을 다룬 ‘전사의 후예’로 데뷔하지 않았던가. BTS는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너 자신을 사랑해라)’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 팬들에게 확산시키고 있다.

자넷 잭슨, 마돈나, 린킨파크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성공을 이끈 디렉터 필 콰르타라로는 지난 1일 ‘2019 서울국제뮤직페어’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BTS가 K팝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BTS가 끝이 아니라 다른 K팝 그룹의 성공이 이어질 것이라 본다. 큰 흐름이 발생하면 이는 새로운 열풍의 시작일 수 있다.”

그리고 며칠 후 슈퍼엠의 1위 소식이 들려왔다. 콰르타라로의 예상이 곧장 실현된 것만 같다. 그의 말처럼 K팝은 한층 더 발전된 큰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뜨거운 질주를 마음껏 응원하며 함께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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