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A형은 음식·B형은 혈액으로 전파…간염 예방, 백신 접종이 최선

입력 2019-10-18 13:55   수정 2019-10-19 00:47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故) 장기려 부산대 의대 교수는 1959년 10월 20일 국내 최초로 간암 환자의 간 조직을 대량으로 잘라내는 수술에 성공했다. 대한간학회는 2000년부터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간의날로 제정했다. 간은 3000억 개의 세포로 이뤄졌다. 성인 기준으로 무게는 1.2~1.5㎏이다. 몸속 화학공장 역할을 한다. 약물이나 술 등 독성물질을 해독하고 소화에 필요한 담즙을 생성한다. 국내 간질환의 80% 이상은 간염에서 시작한다. 대표적 바이러스성 간염은 A형, B형, C형 간염 등이다.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예방과 치료법이 다르다.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해 알아봤다.

역대 최악 A형 간염

A형 간염 환자가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18일 기준 올해 국내 A형 간염 신고 환자는 1만6632명이다. 지난해(2437명)보다 6.8배 많다. 2011년 A형 간염 환자 전수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A형 간염이 크게 유행한 2009년(1만5000여 명) 환자 수를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A형 간염 환자가 급증한 원인으로 오염된 조개젓을 꼽고 있다. 조개젓은 가열하지 않고 염장하는 식품이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조개로 젓갈을 담그거나 조개젓을 담그는 과정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이를 먹은 사람들이 감염되는 양상이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는 대전이 173.9명으로 가장 많다. 세종(129.2명) 충남(64.6명) 충북(64.6명) 등 충청 지역과 경기(39.3명) 인천(31.7명) 서울(30.2명) 등 수도권 지역도 비교적 환자가 많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올해 A형 간염 유행의 주요 요인은 오염된 조개젓으로 확인됐지만 A형 간염은 1개월 정도 잠복기간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조개젓 때문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며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A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 조개젓 섭취를 삼가는 등 주의가 필요하지만 조개젓만 먹지 않는다고 A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보건당국이 조개젓 섭취 주의를 당부하고 오염된 조개젓을 폐기하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여전히 매주 300~400명의 신규 A형 간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조개젓뿐 아니라 다른 감염 원인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조개젓 주의한다고 방심은 금물

A형 간염은 환자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을 통해 전파된다. 하지만 육안으로 음식이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됐는지 알기는 어렵다. 특정 식재료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익혀 먹어야 한다. 화장실 등에서 용변을 본 뒤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다.

A형 간염 백신을 맞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후 12∼23개월 영유아, 만성 간질환자 등은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A형 간염 환자의 가족이나 A형 간염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 A형 간염에 걸리면 근육통, 울렁거림, 복통, 설사, 황달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콜라색과 같은 검은 소변을 보기도 한다. 대개 아이들은 A형 간염에 걸려도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20세 이상은 급성 간염 증상을 호소한다. 환자에 따라 한 달 넘게 입원 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만성화되지 않고 회복된다.

급성 B형 간염도 바이러스성 간염의 한 종류다. 매달 보고되는 환자가 50명 이하로 흔한 질환은 아니다. A형 간염처럼 피로감, 근육량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대부분 회복되지만 일부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신 교수는 “급성 B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10%도 안 된다”며 “B형 간염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만성 간염이지만 태어날 때 어머니에게서 감염된 수직 감염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B형 간염이 만성화되면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완치는 쉽지 않다. 백신으로 예방해야 한다.

C형 간염, 국민 1% 정도가 감염 추정

국내 만성 간질환의 주요한 원인인 C형 간염은 국민의 1%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A형 간염,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없다. 감염되면 70~80% 정도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해 비교적 위험한 간염으로 꼽힌다. 복통, 피로감, 황달 증상을 호소한다. 상당수 환자가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가 혈액검사를 한 뒤 만성 C형 간염으로 진단받는 일이 많다. C형 간염은 음식을 통해 전파되지는 않는다. 혈액 등을 통해 전파된다. 성생활을 할 때 주의해야 하고 면도기, 문신 도구는 1회용 제품을 쓰거나 잘 소독된 상태로 사용해야 한다.

이전에는 C형 간염을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치료를 위해 인터페론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치료기간이 1년 정도로 비교적 긴 데다 내성이 생기는 환자도 많았다. 60% 정도만 치료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먹는 약이 개발되면서 치료가 좀 더 쉬워졌다. 약을 2~3개월 정도만 복용하면 돼 완치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아프리카 등에서 감염되는 E형 간염

가열하지 않은 가공육 등을 통해 E형 간염에 걸리는 사례도 있다. A형 간염처럼 오염된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데 국내보다는 아프리카, 인도, 중남미 국가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대부분 치료를 받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증상이 낫는다. 일부 환자는 간이 제 기능을 못하는 간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E형 간염에 걸릴 위험이 높은 지역을 여행할 때는 손씻기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가급적 마개가 막힌 생수를 구입해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은 익혀 먹어야 한다.

엡스타인바바이러스(EBV)에 감염돼 걸리는 감염단핵구증도 간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질환이다. 4~6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피로감, 근육통, 발열, 인후통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림프절이 커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목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감염단핵구증 진단을 받는 환자가 많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증상만으로는 진단하기 쉽지 않다. 간기능 검사를 받은 뒤 이상 수치가 계속된다면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간염 예방의 기본은 손씻기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꼼꼼히 씻어야 한다. A형 간염과 B형 간염은 백신을 접종해 예방하는 것이 좋다. 신 교수는 “바이러스성 간염에 걸리더라도 C형 간염을 제외하고는 만성화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대부분 회복된다”며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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