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강력한 현장 단속을 진행 중임에도 서울 신축 아파트 몸값이 꺾이지 않고 있다. 반포·대치·청담 등 서울 강남 주요지역 단지에서는 전용면적 84㎡가 30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강북에서 인기가 높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서는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포·대치·청담, ‘30억원 시대’ 성큼
18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주(14일 기준) 서울 전 자치구 중 강남구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상승률은 0.35%로 전주(0.1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0.15% 상승했다. 전주(0.13%)보다 상승폭을 키우며 17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강 조망권을 갖췄거나 학군이 좋아 선호도가 높은 강남 고급 브랜드 아파트 중형(전용면적 85㎡ 초과~102㎡ 이하) 시세는 30억원대에 진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지난 8월 30억원에 팔리며 기존 최고가(29억원)를 뛰어넘었다. 지난 4월 25억8000만원에 매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약 4개월 만에 4억원 넘게 올랐다. 호가는 최고 33억원까지 뛰었다. 반포동에서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지난달 말 32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지역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29억1350만원으로 30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팔렸다. 청담동에서는 거실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청담자이’ 전용 89㎡가 29억5000만원에 거래돼 기존 신고가인 28억2000만원을 약 2주 만에 넘어섰다.
전용 59㎡는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8월 23억9800만원에 매매됐다. 반포동 P공인 관계자는 “한강이 전면에서 보이는 로열동 중층 매물이 지난달 25억원에 나와 매수자를 찾았으나 가계약금을 보내려고 하니 집주인이 계좌번호를 불러주지 않았다”며 “이미 매수 희망자들은 25억원 이상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현재 호가는 26억원대 초·중반”이라고 전했다.
도곡동과 역삼동, 서초동 중형은 20억원대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서초동 ‘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최근 22억원에 손바뀜했다. 한 달여 만에 1억원 이상 실거래가격이 높아졌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는 22억4500만원, 역삼 ‘e편한세상’ 전용 84㎡는 20억3000만원에 팔렸다. 송파구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전용 84㎡ 매매가격이 20억원을 넘었다. ‘잠실리센츠’ 전용 84㎡가 이달 20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가 대비 2억원 넘게 올랐다.
현장 단속 무용지물?
국토부가 지난 11일부터 중개업소 점검을 시작했지만 서울 집값은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오르는 추세다. 국토부 한국감정원 서울시 등 32개 기관은 현재 자금조달계획서와 실거래 자료 등을 토대로 허위 계약신고나 편법증여·자금출처 의심 사례 등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단속의 실효성이 낮아 ‘전시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단속이 뜨면 중개업소끼리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 등 단체 메신저를 통해 단속 소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으면 단속조차 할 수 없다.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14일부터 닷새 동안 문 닫고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초 정부가 현장 점검을 벌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전용 84㎡ 분양권 가격이 15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분양가격(8억원 안팎) 대비 7억원 가까이 올랐다. 이 지역 C공인 관계자는 “옆동네에 단속이 나왔다고 하면 내용이 바로 중개업소끼리 공유된다”며 “문을 닫아 놓고 전화로 문의가 오면 카페 등에서 암암리에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양길성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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