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촉발 살인범 "대만서 자수하겠다"…대만 수용 꺼려

입력 2019-10-20 14:45   수정 2019-10-20 14:47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촉발의 배경이 됐던 홍콩인 살인 용의자가 대만에 가서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대만 당국이 수용을 꺼리고 있다.

20일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홍콩 당국이 완벽한 증거를 제출해야만 홍콩인 살인 용의자 찬퉁카이(陳同佳·20·사진)의 대만 입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재 홍콩 교도소에 수감 중인 찬퉁카이가 최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대만에서 자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같은 사실을 캐리 람 장관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8일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대만 대륙위원회는 홍콩 당국이 살인죄 추가 기소라는 법 집행 절차를 외면한 처사라며, 이는 명백하게 책임을 미루기 위한 것이자 다른 속셈이 있는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중국 매체는 찬퉁카이 사건과 관련해 대만 당국이 홍콩 당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하는 보도를 했고, 이에 대만 법무부는 지난 19일 "사건담당 검찰이 계속 수사 중인 사안으로 책임을 전가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대만 당국의 사법공조 요청을 홍콩당국이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자유신보는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찬퉁카이가 대만에서 자수 의사를 밝힌 배경에 친중국계인 관하오밍(管浩鳴) 홍콩 성공회 교성비서장이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관하오밍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당시 중국과 홍콩당국의 입장을 옹호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2018년 중국 베이징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위원이 됐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관하오밍에게 지시해 '정치적 시한폭탄'인 찬퉁카이를 대만에 넘겨 홍콩 당국이 처한 곤경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찬퉁카이는 작년 2월 대만에서 함께 여행 중이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대만의 한 지하철역 부근에 시신을 유기하고 홍콩으로 도망쳤다. 찬퉁카이는 속지주의를 채택한 홍콩에서 살인죄가 아닌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돼 29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고, 형기 만료로 오는 23일 석방될 예정이다.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대만에 찬퉁카이를 넘겨 살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송환법 입법을 추진했다가 정치적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장기화한 시위사태로 이어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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