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대신 취업 통로로…'불법체류 유학생' 골머리 앓는 대학들

입력 2019-10-20 16:59   수정 2019-10-21 01:03

부산의 한 사립대 국제교류처장 A씨는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베트남을 찾았다가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현지 유학원에서 한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베트남 학생들을 수소문해 모집해놨으니 받아만 달라는 제안이었다. A씨는 유학원의 태도가 왠지 께름칙해 제안을 거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유학원은 불법체류 전문 브로커였다.

A씨는 “절반은 정상적인 유학생, 절반은 불법체류가 목적인 학생으로 교묘하게 섞어 한국으로 보내는 게 현지 유학원의 수법”이라며 “유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유학원을 통해 학생을 소개받은 대학들은 늘어나는 불법체류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대학들의 상황을 악용해 대학을 불법체류의 경로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체류자로 돌아선 외국인 유학생은 1만3945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외국인 유학생(16만671명) 중 8.7%가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2년 전인 2016년(5652명)과 비교하면 불법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적별로 보면 베트남 출신이 9213명(66.1%)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1930명)과 몽골(1066명), 우즈베키스탄(95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대학의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대학 불법체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불법체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6년 115명, 지난해 607명으로 2년 만에 다섯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국외국어대는 2016년 35명이던 불법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176명으로 늘어났다. 성균관대는 같은 기간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 유학생이 16명에서 155명으로 열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에도 매년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불법체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전북대와 강원대 등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불법체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6년 41명에서 지난해 259명으로 크게 늘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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