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586세대의 마음 다잡기

입력 2019-10-20 17:11   수정 2019-10-21 00:02

항상 386일 줄 알았는데 어느덧 586으로 불리게 됐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이 지난 것이다. 국어사전은 386세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차세대 신진세력으로 286컴퓨터가 386컴퓨터로 바뀔 때였기에 차세대를 상징하는 비유로 쓰임’이라고. 본고사가 없어지고 졸업정원제가 시행되고 과외가 금지돼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에 갈 수 있었던 세대. 대학 졸업 당시 거의 두 자릿수에 달하는 고도 성장으로 스펙 쌓기 없이도 여유롭게 취업할 수 있었던 세대. 결혼 후 빠듯한 살림이지만 대출받아 산 집이 많으면 10배까지 오른 세대. 은퇴 후 국민연금 고액 수급자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 어느 면을 봐도 힘들고 빡빡한 무대에 올라 있는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세대 간 갈등 중심에 있는 586세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돌아오면 586은 같이 살아가는 이 시대 아버지와 어머니들이다. 586세대 부모는 그들 때와는 너무도 다른 힘든 입시 제도 아래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모든 것을 자녀에게 올인한다. 본인 노후 준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자녀 교육에 부족함이 없게 해 주고 싶어 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은 자녀 입시가 끝난 후로 미루는 게 일반적이다. 힘들게 취업한 자녀들의 육아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또한 이들 몫이다. 여자가 직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른 여자의 희생이 필수적인 사회 환경에서 그 다른 여자는 바로 586세대 어머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586세대와 갈등하고 있는 청년들은 우리의 아들딸이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하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 몇 개씩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뺑뺑이 도는 것이 내 팔자려니 하고 체념한 채, 맘 편하게 놀아보지도 못한 세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속내를 터놓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는 세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직과 공정의 가치가 사회에서 실현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세대.

서로 갈등하고 있는 세대이지만 한집에서 같이 숟가락을 뜨는 가족이다. 586들은 힘든 경쟁 속 청년들이 활기찬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고 정직과 공정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스스로를 가다듬어 보자. “청년들, 오늘도 참 고생했어”라는 말도 전해보자. 청년들은 586세대들을 가끔은 애정 어린 눈으로 봐주길. 그들도 고되고 힘든 길을 외롭게 뛰어 보았던 세대이기에. “586님들, 힘들 때 맥주 한잔 같이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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