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가 우선”
좌담회에 참석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과 크리스토퍼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한국은 해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가 외국 기업의 투자와 협력 의지를 꺾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자동차 배출 가스 관련 규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유럽에서 한국보다 더 강도 높은 배출 가스 규제를 통과한 자동차도 한국에 수출하려면 다시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이런 규제들이 외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갈라파고스 규제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직장 내 갑질은 당연히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수많은 직원 중 일부 직원이 저지른 갑질의 책임을 모두 최고경영자(CEO)에게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법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열거하고, 피해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용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직된 노동구조가 걸림돌”
경직된 노동구조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김 회장은 “한국의 경직된 노동구조는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능력과 상관없이 60세 정년이 되면 은퇴하도록 하는 한국의 정년 제도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임의고용 원칙’을 소개했다. 기업이 인력을 자유롭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이다. 역량이 뛰어나면 70~80세까지도 일할 수 있도록 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변화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돼 혼란 그 이상을 겪었다”며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생산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노동정책에 대해 “일관성, 예측가능성, 신뢰성, 투명성, 국제 정합성이 모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글로벌 투자은행은 근로시간 단축이 불가능한데, 고용노동부가 업계 의견을 적극 청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조합과 기업의 대립이 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노사가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기초해 문제를 협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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