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유사한 공략법을 꺼내들었다.
벤츠는 22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더 뉴 EQC에 국내 첫 선을 보인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최대 요인인 충전 인프라는 벤츠가 따로 구축한다.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동시에 공급해 자동차 업체들의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조기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판매 및 독자 충전 인프라를 동시에 자사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전략이 테슬라와 닮았다. 앞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며 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구축한 바 있다. 테슬라 이용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 이 충전소는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에게 안정적인 충전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 바 있다.
◇ 벤츠 첫 순수전기차 22일 한국 상륙
더 뉴 EQC는 벤츠의 첫 순수 전기차다. 지난해 9월 스웨덴에서 최초 공개됐고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였다. 더 뉴 EQC는 80 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309 km 주행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을 사용하면 최대 110 kW 출력으로 약 40분에 80%를 충전할 수 있다. 가정용 220V 소켓 대비 약 3배 빠르게 충전되는 '메르세데스-벤츠 월박스'도 지원한다.
차량에는 앞 차축과 뒤 차축에 각각 전기 모터를 장착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역동성은 향상시켰다. 앞 모터는 저속과 중속에서, 뒷 모터는 고속에서 최상의 효율을 낸다. 최고출력은 408마력, 최대 토크는 78.0 kg.m이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1초다. 가격은 1억500만원으로 책정됐다.
더 뉴 EQC는 제동력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도 네 단계로 조절하도록 했다. 주행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면 회생제동을 끌 수 있고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회생제동 정도를 최대로 높여 가속 페달로만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 가정용 무료 설치에 1년 충전권 지급
전기차 구매에 있어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충전 인프라 문제다. 전기차 충전소가 보급되고 있지만, 충전기 규격이 각기 다른 탓에 실제 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매우 적은 상황이다.
서울을 벗어나면 전기차 충전소가 지자체당 1~2곳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초 친환경자동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19'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충전인프라 부족(82%)'이 가장 소비자들의 우려를 사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벤츠는 'EQ 스마트 코칭 서비스'와 '메르세데스 미 차지 멤버십'을 통해 최적화된 충전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EQ 스마트 코칭 서비스는 1대1 스마트 코치를 배정해 가정용 충전기 설치를 돕거나 차량 이용 패턴에 최적화된 충전 방식을 제안한다.
메르세데스 미 차지 멤버십은 전용 카드를 등록해 국내 전기차 공용 충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EQ 전시장과 잠실 롯데월드 타워 지하 2층에서 무료 충전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내 EQC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가정용 충전기를 무료로 설치해주거나 공용 충전소를 1년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19곳에 슈퍼차저를 설치했지만, 수가 부족해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벤츠는 전용 충전소 설치와 함께 구매 고객에게 가정용 충전기를 무료로 보급해 전기차 구매 부담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츠는 수입차라는 한계에도 내수 시장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으며 지난 8월에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부품물류센터’를 2배 증축하는 사업도 마쳤다.
5만종의 부품을 보유해 주요 부품 공급률을 99%로 끌어올렸다. 이미 신뢰도가 높은 만큼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우려할 부분은 충전 뿐인데, 이마저 해소한다면 무난한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마크 레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은 "더 뉴 EQC는 미래 모빌리티를 상징하는 차세대 모델"이라며 "독창적인 내외관과 새로운 역동적인 퍼포먼스, 다양한 편의성을 무기로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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