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유주방이 하나둘 생겨나며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만 10여 개 브랜드가 생겼다. 단순 임대업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 창업 컨설팅 등과 결합하거나 제조·유통에 특화된 브랜드도 등장했다.
기술과 자본의 경쟁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은 ‘위쿡’이다. 1개의 주방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제조한 제품을 유통 판매까지 가능한 주방으로 첫 허가를 받았다. 위쿡은 벌써 사직점 등 공유주방을 8개로 늘렸다. 연말까지 12개를 낼 계획이다. 사직점과 같은 제조유통형 공유주방 3개, 소비자들이 직접 와서 먹을 수 있는 식당형 5개, 배달 전문은 4개를 목표로 잡았다.
이후 등장한 공유주방 브랜드는 ICT와의 결합을 내세우고 있다. ‘고스트키친’과 ‘공유주방 1번가’가 대표적이다. 고스트키친은 우아한형제들에서 배민수산과 배민키친 서비스를 설계한 최정이 대표의 배달 전문 공유주방 브랜드다. ‘발가락’이라는 이름의 통합 주문시스템을 통해 각종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주문받은 뒤 배달인력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공유주방 1번가도 개발자 12명이 2년간 개발한 ‘ICT 기반의 토털 케어 시스템’을 내세우고 있다. 매장 내 중앙관제센터가 있어 주문 접수와 배달대행 접수, 한 번에 최대 5건의 배달 주문을 처리하는 ‘묶음배달 시스템’도 도입했다.
최영 공유주방 1번가 대표는 “직접 개발한 코드를 입점한 점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 빅데이터 경영을 공유해 창업 실패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공유주방 1번가는 올해 수원점, 홍대점, 구리점, 서초점, 석촌점 등 5개 지점을 낸 뒤 내년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외식업 침체인데 배달 시장만 성장
이 밖에 개러지키친 키친42 먼슬리키친 영영키친 키친유니온 키친엑스 등 다양한 공유주방 브랜드가 잇따라 등장했다. 외식업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선택이 가능해졌다. 한 공유주방 입점 점주는 “월 임차료나 초기 입주 비용뿐만 아니라 주문 내역과 외식 트렌드까지 분석해주는 업체가 등장하면서 서비스를 비교해 입점하는 창업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유주방이 성장하는 건 낮은 창업 비용과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일반 창업 때 투자금 6000만원에 영업이익률 4% 정도를 가정하면, 공유주방은 비슷한 조건에서 1000만~2000만원대의 투자금으로 평균 14% 안팎의 이익률을 낼 수 있다. 인건비도 적게 든다. 한 공간에 여러 개의 주방을 공유하거나, 하나의 주방을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1~3명 정도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만든 공유주방 ‘클라우드키친’은 지난 6월 토종 공유주방 브랜드 심플키친을 약 1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1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고스트키친도 올 들어 약 124억원을 투자받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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