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수채화 같은 판타지 로맨스

입력 2019-10-22 17:09   수정 2019-10-23 03:12


신카이 마코토는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평가된다. 그의 전작 ‘너의 이름은.’은 국내에서 관객 371만 명을 모아 미야자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301만 명)을 누르고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정교한 수채화로 그린 듯한 화면에 인연의 소중함을 흥미로운 판타지 서사로 펼쳐 놓아 관객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그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날씨의 아이’(30일 개봉)도 사랑과 상실에 대한 판타지 로맨스를 뛰어난 문학성으로 그려낸다.

비가 계속 내리는 여름날, 가출 소년 호다카는 수상한 잡지사에 취직하게 되고, 신비한 소녀 하나를 우연히 만난다. 하나가 옥상에서 기도를 올리자 놀랍게도 하늘 가득한 먹구름을 뚫고 햇살이 든다. 가난한 두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돈을 받고 맑은 날씨를 돌려준다. 하지만 하나는 기도를 올릴수록 조금씩 몸이 투명해지고, 경찰은 가출한 미성년자인 호다카를 잡으러 온다.

감독은 수줍음 많은 호다카의 사랑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속마음을 들켰을 때 귓불이 빨개지고, 말은 더듬거린다. 그러나 하나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온몸을 던져 구한다.

하나의 기도로 날씨가 화창해지는 순간은 호다카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이는 날씨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을 대변한다는 의미다. 사랑하는 눈으로 보면 궂었던 날씨도 환히 개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하늘과 닿아 있다”는 대사가 거듭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외부의 위험에 처했을 땐 폭우가 쏟아진다.

사랑에는 늘 시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때로는 하나의 몸이 투명해지는 것처럼 불가사의하게, 때로는 경찰로 상징되는 사회적인 억압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이런 시련이 사랑의 진실을 시험하는 절차라고 말하는 듯싶다. 두 사람의 남은 여정은 ‘진정한 사랑은 그 모든 것을 극복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일본의 거리 풍경을 실사처럼 세밀한 작화로 표현했다. 먹구름을 뚫고 햇살이 나오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마치 사랑의 감정을 비유한 듯싶다. 수채화처럼 다가오는 감성적인 영화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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