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청년들에게 좌절을 극복한 경험담을 전하고 싶었습니다.”‘국보급 투수’라고 불린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 감독(56·사진)은 22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야구는 선동열>(민음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인의 권유도 있었고, 딸도 곧 결혼하는 터라 이참에 내 야구 철학을 담은 책을 써보자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선 전 감독이 자신의 48년 야구 인생을 돌아본 자전 에세이다. 책은 ‘나는 국보가 아니다’라는 자기반성으로 시작한다. 그는 1996년 임대 형식으로 해태 타이거즈를 떠나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해 마무리 투수로서 첫 실패를 맛봤다. 2군도 아닌 3군에서 훈련하며 야구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듬해 재기해 ‘나고야의 태양’으로 발돋움했다. “국보급 투수라는 표현이 과분했어요. 일본 진출 첫해 실패한 뒤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죠. ‘기본에 충실하자, 부끄럽지 않게 운동하자’고 생각했던 그때 마음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선 전 감독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압력 등으로 두 차례나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과정, 김응용·김인식·호시노 센이치 등 그가 존경하는 감독과의 인연, 1982년 야구대표팀에서 만난 선배들과의 일화 등을 책에 담았다. 그는 이날 평생 우상으로 삼은 ‘무쇠팔’ 고(故) 최동원 선수를 특별히 언급했다. 선 전 감독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던 것은 동원이 형이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동원이 형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선발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섰던 소회도 밝혔다. 그는 “서서는 안 될 자리였지만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받았을 땐 정말 어이가 없었다”며 “많은 야구팬이 지켜보는 와중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선 전 감독은 내년 미국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로 연수를 떠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진 야구 시스템을 배우고 와서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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