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가 최근 석 달 새 일곱 배 넘게 급등하면서 22일 장중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투자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폭발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에이치엘비의 시총 비중이 커짐에 따라 코스닥150지수 등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자금이 추가 유입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0월 거래대금 5.7조 달해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에이치엘비는 1만3000원(7.75%) 오른 18만8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20만9700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장중에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에 등극했다.
장중에라도 코스닥 시총 1위 종목이 바뀐 것은 지난해 2월 9일 셀트리온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위에 오른 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어 종가 기준으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종가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8조1314억원)와 에이치엘비(7조943억원)의 시총 격차는 1조371억원이다.
에이치엘비는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거래대금 규모 1위(1조1665억원)에 올랐다. 이달 들어 에이치엘비의 누적 거래대금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5조7690억원에 달했다. 이미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있는 에이치엘비는 주가 급등이 이어지자 23일 하루 거래가 정지됐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가세하고 있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에이치엘비를 1585억원(코스닥 1위)어치 순매수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순매수는 주가급등에 백기를 든 쇼트커버링 물량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7월 30일 연중 최저가(종가 2만3900원)로 추락했다.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가 논란을 일으킨 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달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하기로 결정한 후 24일 사전미팅을 앞두고 있는 점도 기대요인으로 부각됐다. 개인들은 8월부터 에이치엘비의 저가 매수에 들어갔다. 투자자 게시판에는 “단기에 수백 퍼센트(%) 수익을 냈다”는 개인들의 투자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연말 세금 회피 매물 가능성”
최근 주가 급등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에이치엘비가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연초 1.3%에서 2.9%까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코스닥150지수 등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에이치엘비 매수를 늘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코스닥150은 코스닥을 대표하는 1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에이치엘비는 6%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상균 D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트래킹 에러(벤치마크 지수 대비 펀드의 수익률 간의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에이치엘비를 적게 담고 있는 코스닥150 추종 펀드를 중심으로 추가 매수가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데다 FDA 사전미팅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수익을 낸 코스닥 큰손 투자자들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대량으로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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