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변화가 늦었던 일본의 결제문화도 최근 들어 변화의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엔짜리 동전 발행량이 크게 줄고 있는 것입니다. 이달 부터 시행된 소비세율 인상도 이 같은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1엔 화폐 발행 규모는 100만개 이하가 될 전망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관계당국은 연간 1엔 화폐 발행 목표치를 100만개로 잡았지만 실제 생산량은 50만개 정도에 그쳤다고 합니다. 올해도 실질적으로는 50만개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일본의 1엔 화폐 발행규모는 49만개였습니다.
이 같은 1엔 화폐 발행규모는 과거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줄어든 것입니다. 1990년 일본의 1엔 화폐 발행 규모는 28억2000만개에 달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연간 6억개에 달했고, 2014년만해도 연간 1엔짜리 화폐 발행규모가 1억6000만개를 넘었습니다.
1엔 화폐 유통량도 감소 추세가 두드러집니다. 2014년 410억개로 정점을 찍었던 1엔 화폐 유통량은 현재 375억개까지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처럼 1엔 화폐 사용이 크게 줄어드는 이유로는 각종 비현금결제 확산이 우선 꼽힙니다. 여기에 올 10월부터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가 소비위축 방지 대책으로 각종 포인트 환원 제도를 마련했는데 포인트 환원제가 비현금결제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편의점 업체인 로손의 경우, 10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비현금 결제 비율이 80%가량 늘었습니다.
그동안 일본은 ‘현금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금 사용에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이후 각종 비현금결제 도입이 뒤쳐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 사회 일각에선 현금결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는 있지만 시대 변화에 뒤쳐졌다는 현실을 감추는 데는 부족한 모습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일본에서도 1엔 사용이 퇴출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변화의 모습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시대 변화의 흐름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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