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 속도 붙을 듯
2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다. 회의에는 유 부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관 가운데 누가 참석할지는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총리가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가 있는데도 따로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관계장관회의는 교육·사회·문화 정책 등을 조율하고 부처 간 협업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회관계장관회의가 아니라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는 것은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정시 비중 확대를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앞다퉈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전날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능이라는 공정한 시험을 통한 선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 개막식 직후 기자와 만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쏠림 현상이 있는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와 수시 비율을 균형감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이후 중장기 대입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며 “다음달 함께 발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 비중 확대에 쐐기를 박은 만큼 여당과 교육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육부 패싱’ 논란도
일각에서는 대입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교육부 패싱’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서유미 교육부 차관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 확대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정연설을 보고 나서 알았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교육부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 차관보는 “대통령 시정연설은 기본적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공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이날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 참석해 수능에 서술형·논술형 문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의장은 오전에 열린 기조강연에서 배포한 자료에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방향 예시안으로 서술형·논술형 문항이 포함된 수능 시행을 제시했음에도 “논란이 뜨겁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입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 수능 개선도 함께 얘기되고 있다”며 “오지선다형 수능을 미래 역량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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