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어떻게 하면 제주 지하수를 최적 상태로 관리하고 유익하게 이용할 것인지 고민해오던 나에게 마누엘 부위원장의 말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지하수 보호 활동에 이정표가 될 좋은 말이다.
제주 지하수는 수질이 좋기로 정평이 났다. 전문가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물로 평가한다. 제주개발공사는 ‘선(先) 지하수 보호, 후(後) 이용’ 원칙을 지키고 있다. 벌어들인 수익금의 절반을 지하수 보호와 인재 육성 등 사회공헌 재원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제주 지하수의 우수성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지하수 보호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주개발공사는 2009년부터 제주물 세계포럼을 열고 있다. 하와이,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국가 등 세계 여러 지역의 지하수 실태를 공유하고 선진 보호 사례와 지하수의 가치창출, 사회공헌 등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고 있다.
적습성성(積習成性)이란 말이 있다. 습관적인 행동을 오랫동안 하면 본성이 된다는 뜻이다. 지하수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도 어려서부터 싹트게 하는 게 중요하다. 5년 전부터 전국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제주에 모여 ‘제주물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3박4일간 실험실습과 현장체험을 통해 물의 소중함과 보호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고 배운다. 물 캠프 프로그램에 흠뻑 빠져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보람을 느낀다.
춘풍화우(春風化雨)란 말이 있듯이 지하수 보호에 대한 관심을 일깨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소한 일이라도 하나씩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의 계기를 제주물 세계포럼과 제주물 아카데미가 만들어가고 있다. 때맞춰 내리는 단비처럼 자연스럽게 지하수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고 배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를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물이 많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오염된다면 수자원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지하수는 한 번 오염되면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데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지하수는 자연자원으로서 유한한 공공재이고, 후손까지 물려줘야 할 최후의 수자원’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다시금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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