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지난 8월 27일 조 전 장관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57일 만에 구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법원에 출석했다.
검찰은 정 교수를 일곱 차례 소환하면서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지만 법원은 별도의 조치가 없어 이날 정 교수의 모습이 공개됐다. 밤 늦도록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자녀 입시와 사모펀드 투자 등과 관련한 의혹이 논의됐으며 뇌종양과 뇌경색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 정 교수가 구금 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상태인지 따지는 것도 주요 쟁점이 됐다.
정경심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정 교수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정 교수는 오전 10시10분께 서울중앙지법 1층에 도착해 수사가 시작된 지 57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포토라인 앞에서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법정으로 향했다. 정 교수는 이날 오후 5시50분께 법정을 빠져나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정 교수 측은 송 부장판사 앞에서 건강문제를 집중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정 교수가 2004년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이후 두통과 어지럼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증빙자료를 요구하자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 자료와 신경외과 진단서 등을 제출했다는 점도 심사 과정에서 강조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제출한 진단서를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에게 보여주고 설명을 들은 결과 구속 수사를 받기에 무리가 없다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심사에서 이 같은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은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피의자의 건강이 주요 고려 요소가 아니라는 점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피의자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례가 있지만 매우 예외적이다. 형사소송법의 구속사유는 주거 불명,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이다.
檢과 정경심의 치열한 수싸움
검찰이 정 교수에게 적용한 업무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11개 혐의를 두고도 양측은 날을 세웠다. 정 교수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선 조 전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 씨의 범행에 ‘덧씌워졌을 뿐’이라고 했다.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선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이날 심사가 끝난 직후 “인턴 등을 어느 정도까지 ‘허위 스펙’으로 볼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을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가 함께 기준을 세워나갈 문제이지, 곧장 구속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양측의 입장차가 크면 법원은 ‘주요 혐의가 소명됐다’기보다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며 “정 교수 측이 이런 점을 노린 것 같다”고 했다. 검찰도 이를 감안해 정 교수의 여러 혐의 중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해 혐의 입증에 자신있는 내용만 추려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1억5000만원 상당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는데, 일반적으로 법원은 횡령액이 1억원을 넘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향이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다수의 증거를 없애고 조작한 정황을 강조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도 도피자금을 마련해주면서까지 공범을 해외로 도망가게 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있었지만 당시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뤄졌다”며 구속을 허락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를 감안해 아직 수사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논리를 폈다. 정 교수가 사건 관계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전력 등을 살펴볼 때 아직 증거를 수집할 것이 많은데 앞으로 정 교수가 또 그럴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얘기다.
이인혁/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