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벌어진 전쟁에서부터 2016년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로부터 유럽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권위주의가 등장하는 과정의 연대기를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정치 지형도의 변화에 블라디미르 푸틴을 중심으로 하는 러시아가 중요한 역할을 도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권력을 장악한 푸틴은 러시아에서 권위주의를 부활시킨 다음 자신의 권력을 공고하게 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대선 개입,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선거 개입 등을 통해 전 세계로 권위주의를 수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도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여론조작과 같은 사이버전을 통해 한국 선거에도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해 본다. 마치 미국에서 친러시아 정권을 등장시키기 위해 여론전을 성공적으로 펼쳤던 것처럼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대륙세계에 우호적인 정권의 탄생을 위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 대외 정책의 본질은 전략적 상대주의다. 러시아가 강해질 수 없다면 다른 나라들을 약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을 약하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들을 러시아와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자국에서 효과를 본 다양한 정책이나 도구, 심리전 및 사이버전 등의 방법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주변의 자유주의 국가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권위주의 체제 혹은 전체주의 체제를 적극적으로 수출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크림반도를 병합해 버린 푸틴의 야망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국가들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그는 유럽통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브렉시트의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결국 영국의 탈퇴를 이끌어 냈다. 푸틴의 가장 거대한 공세는 미국을 파괴하기 위한 사이버전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크게 효과를 본 사이버전과 가짜뉴스 유포를 그대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활용했다.
모두 6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각 장 제목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담아내고 있다. ‘개인주의인가 전체주의인가’ ‘권력 계승인가 실패인가’ ‘진실인가 거짓인가’ ‘평등인가 과두제인가’ 등이다.
왜 오늘날 이 땅에서 거짓을 진실로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아지는가를 세계적인 시각에서 조명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해박함에 푹 빠져들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순을 이해하게 돕는다.
공병호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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