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비까지 얹어주는 '5G 공짜폰' 다시 등장

입력 2019-10-24 15:07   수정 2019-10-24 15:49


"갤럭시A90 사세요. 차비 얹어 드려요."

이동통신3사의 불법보조금 경쟁이 다시 고개 들고 있다. 정부 단속에 하반기 들어 잠시 냉각기를 거치는 듯했으나 일부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불법보조금이 살포되고 있다. 공짜 폰을 넘어 차비까지 얹어주는 휴대폰도 다시 등장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뽐뿌' '알고사' 등 휴대전화 구매정보 커뮤니티에는 스마트폰 단말기를 공짜로 구매했다는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A90'과 '갤럭시 S10e', LG전자 'LG V50씽큐' 등이 공짜 매물로 언급됐다.

물론 구입시 고가 요금제 6개월 유지 조건 등이 붙었으나 이통사 불법보조금 지원이 없으면 기기 값을 공짜로 만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자는 지난 23일 수십개 휴대폰 매장이 밀집한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찾았다. 불법보조금을 업은 공짜폰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달 초 출시한 출고가 89만9800원의 중저가형 5G 모델 갤럭시A90은 현장에서 확실하게 '페이백'까지 해주는 폰으로 확인됐다. 신제품을 구입할 경우 약 10만~20만원가량의 페이백(현금을 되돌려주는 행위)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른바 '차비'를 얹어주는 폰이다.

한 판매점은 "폰은 공짜고 따로 10만원을 페이백 해주겠다"며 "통신사를 변경하고 5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해달라. 부가서비스는 안 써도 된다"고 안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차비'를 받고 갤럭시A90을 구매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뽐뿌 이용자는 "8만원대 요금제 6개월 쓰기로 하고 차비 20만원을 받았다"고 썼다.

갤럭시A90 출고가와 페이백 금액을 합친 금액은 100만원 내외. 이통3사 공시지원금 규모가 30만원선임을 감안하면 판매장려금(리베이트)만 약 7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차비까지 얹어주는 마이너스폰은 지난 4월 5G 상용화 이후 반짝 등장했다가 하반기에는 모습을 감췄다. 최대 70만원에 이르렀던 공시지원금도 하반기에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3사 대상으로 단말기유통구조법(단통법) 위반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이너스폰' 재등장은 이통3사가 방통위 눈을 피해 여전히 물밑에서 불법보조금 전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단통법은 물론이고 방통위 단속도 유명무실하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통3사 및 유통점 불법지원금 지급에 따른 조치 현황(2014년~2019년 8월 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이통3사에 부과된 과징금·과태료는 914억4920만원, 이 기간 방통위가 진행한 현장 단속은 19건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과징금을 물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게 낫다고 본다. 그러니 방통위 단속에도 불법보조금이 활개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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